시들더라도 더 좋다
아무리 예쁜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든다.
화병에 꽂아둔 꽃이 점점 생기를 잃어갈 즈음 향 역시 옅어져 간다.
마음이 진짜라서 그런 걸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진짜면, 서운한 감정이 커진다.
왜 연락이 없지?
왜 만나지는 말이 없지?
왜 표현을 안 해주지?
왜, 왜, 왜.
그렇게 서운한 감정들이 모여 다툼을 만들고
마음과는 다른 말들이 뱉어져 결국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겨
헤어지기도 한다.
마음이 진심이라서 그렇다.
내 마음은 이런데 왜 몰라주는지 서운해서 , 속상해서
말에 울분이 쌓인다.
마음이 거짓이라면,
나에게 연락을 자주 하든 안 하든
만나자는 말을 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다.
애초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시들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연락이 와도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받고.
오래간만에 만나 밥을 먹고 또 아무렇지 않게 헤어져 잠수를 탈 수 있는 관계라면
상처도 아픔도, 시듦도 없다.
오래간만에 집에 꽃을 사 갔다.
금방 시드는 걸 뭐하러 사 왔냐는 어머니께
그래도 잠시 동안은 아름답잖아요, 향기도 좋고.
아주 잠깐일지라도 기분을 좋게 해 주고 공간도 환하게 바꿔주고.
말하며, 화병에 꽃을 꽂았다.
그렇다.
꽃들은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 아름다움을 발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을 품다가 시들었으니 얼마나 고귀한가.
나 또한 사랑을 할 때면 내 모든 진심을 보이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나를 보여줘야겠다.
카톡을 한 번 하더라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끔 단어 하나하나 신경 써야겠다.
그러다 헤어진다면, 나 자신에게 수고했단 한 마디 꼭 해줘야지.
진실되게 사랑을 하느라 애썼다. 고생했다.
어떤 사람들은 꽃이 시드는 게 싫어서 조화를 사기도 한다.
늘 한결같이 아름다워서 매력적이라며.
나는 시들더라도 생화가 좋다.
향도, 꽃잎도 진심이 어려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한다.
나에게 진심을 전해줘서,
늘 진실되게 향과 아름다움을 보여줘서.
어떤 사람들은 구속과 집착이 싫어 자유로운 연애를 원한다.
어장관리와 썸으로만 관계를 만들고, 진지한 만남은 피하려 한다.
시드는 게 싫어 조화를 택하는 것처럼,
헤어짐과 상대의 진실된 마음이 부담스러워 자유로운 연애를 택하는 사람들.
꽃이 시들더라도
그 꽃을 정말 사랑했다면,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향기가 남겨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언젠가 진실된 사랑을 하게 되면, 그들의 마음도 바뀌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 설령 권태기가 오고, 헤어질 위기를 맞더라도
함께 사랑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으면서.
소중한 마음을 기억하며, 다시 사랑하고 관계를 가꾸며 살기를 바란다.
그렇게 그들의 마음에 진심이 한 송이씩 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