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작문9

by sinewave

10월에 여권에 첫 도장을 찍는다. 목적지는 네팔 히말라야 중턱의 마을 옥할둥가다. 꼬박 하루 비행기를 타고 또 한나절 자동차를 타고 해발 2000미터 올라가면 장소한 옥할둥가는 자연의 신비를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교회에서 선교자를 모집해서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오랫동안 불가지론자 혹은 아마추어 불교도였다. 내가 쓰는 이메일계정은 영어로 일본만화 ‘나루토365’였다가 부처를 뜻하는 ‘붓다365’로 바뀌었다. 두 계정을 쓸때는 어딘지 모르게 걱정이 많았다. 죽으면 어떡하지? 이러거나 저러면 어떡하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가시지 않는 걱정들이 떠오르곤 했다. 심지어 과거엔 비행기가 떨어질까봐 해외여행을 망설였다. 비행기 뿐만이 아니다. 2호선 당산철교 구간에서는 지하철이 떨어질까봐 양화대교를 건너는 버스를 탔다. 나를 둘러싼 강력한 두려움, 죽음 콤플렉스는 강력했다.


최근에 내 이메일계정은 ‘정현파365’로 바뀌었다. 삶과 우주에 관한 어떤 깨달음이 있었는데,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이라 쉽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삼각함수 가운데 사인함수와 365라는 숫자가 가진 개인적인 의미가 죽비처럼 새롭게 머리를 때렸다. 수학기호와 숫자 가운데서 이렇게 외쳤다. “Oh My God!”


결국 나를 해방한 것은 기독교 신앙이다. 그리스도인은 내가 행하는 일은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그는 늘 은혜를 부어주신다. 그리고 천국이 약속돼 있으며 지체들은 예수님과 같이 영생의 육신을 얻는다. 도저히 공감가지 않던 말들이었다. 하지만 내게 찾아왔던 여러 시련들 속에서, 자족하는 삶을 찾으며 이제는 영혼의 존재를 믿게 됐다. 우울한 오른손잡이 철학자가 기쁨의 왼손잡이 신학을 얻게 된 느낌이랄까.


달에 다녀오는 우주선과 같이 결국에 집에 돌아오면 변위값은 0이다. 허무한가? 하지만 오간 거리는 0이 아니다. 아주 먼 길이다. 그 과정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고 어떤 배움이 있을지 모른다. (결국에는 어떻게든 끝날텐데) 고된 삶과 사업의 대가가 뭐냐는 질문에 스티브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그 여정이 곧 보상이라구!”


옥할둥가로 떠나는 선교여행이 어떻게 쓰여질지 두근두근하다. 난 한번 더 달라질 것이다. 이번 첫 선교를 시작으로 더 자주, 먼 곳으로 가서 사랑을 나눠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히말라야 중턱에서 자동차가 전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나아갈 용기를 내는 것이라는 신의 메시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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