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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오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신청사)로 들어가는 입구. 그늘에서 자리를 지키는 경찰들 주위로 시위하는 사람이 몇 있다. 대통령실은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이곳이 보일까. 이곳은 장소가 마땅치 않고 협소해 그들의 이야기는 모이지 못한다. 20일 저녁 6시 생명운동 침묵시위에 참석한 A씨는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번씩 볼 수 있는 등 인터넷이나 전화보다 더 (시위의) 효과가 있어 현장에 나온다”라고 말했다. 용산의 집시 신고 건수는 지난 2년간 급증해 종로를 넘어섰지만 해야 할 말 있는 사람들이 발 붙일 곳이 없다.
옆길로 빠져 언덕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삼각지역 11번 출구에서 집회를 하거나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도로를 점유하고 차 소음을 덮는 확성기로 목소리를 낸다. 이곳은 약 2900제곱미터로 약 40000제곱미터에 이르는 광화문 광장과 비교했을 때 약 13배 작다. 4차선도로를 일부 점유해야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음파는 가야할데 못가고 애꿎은 삼각지 사거리로 퍼져 울린다.
삼각지역 근처 아파트 주민 B씨(35)는 “주위에 갈데가 많아진다”고 대통령실 이전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하면서도 “주민입장에서는 불편하다. (18일) 낮에도 시위가 있었는데 3시부터 6시까지는 트로트 경연대회를 방불케했다.”며 시위로 인해 불편한 점을 꼽았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술, 담배(소비)가 늘어 생활환경이 악화된 면을 지적했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던 주민들은 빠져나갔다. 주거지로서 선호도가 떨어졌다고들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대통령실 인근의 자영업자 최모씨(40)로부터 집시와 지역 상권, 선거의 관계에 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고객이 늘었다”고 운을 뗐다. “(업장)위치가 ‘대통령실 근처’가 돼 도움이 됐고 정부관련 일감이 늘었다”고 좋은 소식을 전했다. “경찰이 상주하여 치안도 개선됐다. 최근 (지역구) 선거에서 대통령실을 재이전한다고 했는데 상권입장에서는 불리하다”며 “대통령실 이전 이슈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데 많이 기여한 것 같다”고 평론했다. “단점은 임대료가 오른다는 것이지만 식당, 카페 등 소규모의 상점이 잘된다”고 재차 좋은 점을 강조한 뒤 자리를 떴다.
정권이 바뀌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이전보다 확장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찰청 추계 집회신고 및 개최현황(2023)에 따르면 이전 정부동안 지속해서 늘어나던 집회 신고건수는 27%가량 줄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C씨는 ‘용산의 집회 및 시위 환경이 열악하다. 국가기관이 많아서 국민의 목소리가 전달되기 힘든 지역이다.’라고 응답했다. 이어 ‘집회 및 시위의 장소는 국민의 의견이 잘 전달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2일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라 집회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민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의 주요업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민의 광장과 상호작용하는 미래의 권력기관은 어떻게 건축되어야 할지 고민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