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집을 나섰습니다. 마음이 가는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어제 지구대장님과 대화를 한 후에 잠을 푹 잔 후에 아침 산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바로 실천해봤습니다. 예빈이 예설이와 남편이 곤히 자고 있는 아침이었습니다. 잘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엄마 미소 지었지요.
제가 출근할 때와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자주 가는 돼지국밥집 앞을 지나는데 그 시간에 부엌에서 이모는 벌써 주방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조금 더 걸으니, 탑마트가 보였습니다. 마트 문을 활짝 열고, 가게 안에도 형광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하늘도 올려다 봤습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분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참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걸으니, 건물 청소하시는 분들이 밀대로 바닥을 닦는 모습을 봤습니다. 막 도착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로 뛰어 가는 남자분도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두 손을 꼽잡고 건물안으로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건물인가 하고 올려다봤더니, 요양병원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남편의 손을 꼭 잡은 모습을 생각하니,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금새 눈시울도 촉촉해졌고요. 아침시간에 평소와 달리 여러 장면을 제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가입니다. 저희 직장 동료들중에 저와 친한 분들은 ’황주임님‘보다 ‘황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십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를 작가로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어텐션>, 집에서는 <일상과 문장사이>를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일상과 문장사이>다시 읽으니 술술 읽혔습니다. <일상과 문장사이> 저자인 이은대 작가님의 책을 수시로 읽는 이유는 글 쓰는 삶을 살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글 쓰는 삶을 살고 계신 장본이시기도 하고요.
<일상과 문장사이>를 읽으면서 책을 출간하는 일과 쓰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 사이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저의 목표는 쓰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돌아보면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책출간이 우선이었습니다. 왜그럴까요? 책출간이라는 작은 열매를 저는 쓰는 과정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겁니다. 예설이가 백혈병 집중치료할 때는 책을 쓰는 일이 먼나라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치료일기를 쓰는 일도 기쁘게 쓴 것보다는 의무감으로 기록한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6번째 책인 <우릴 딸 머리 깎을 때 가장 많이 아팠습니다>를 출간하고도 저는 다음책을 고민합니다. 여전히 쓰는 과정에서의 줄거움을 얻는 일보다 책 출간하는 일이 아직은 더 좋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한켠에는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느리게 가고 있지만요. 아침에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제 안을 들여다보고, 점심 시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글을 써가면서 글쓰기 자체를 조금씩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서서히 좋아지지 않을까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버스를 타고 출근합니다. 세 코스 밖에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오늘도 버스를 탔습니다. 80번 버스를 탔는데 어제와 다른 기사님이었습니다. 탈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환대해주셨습니다. 어찌나 표정이 밝던지 제가 타고 나서, 제 뒤에 타는 분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보려고 뒤돌아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웃는 표정에 매료되었습니다. 아... 나도 저런 표정을 갖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버스가 한 정류장에 섰습니다. 출발 전에 마이크 음성이 들립니다. “출발합니다. 손잡이 잡으세요.” 세 코스였습니다. 버스 탄지 5분만에 내렸는데 버스에서 있는 동안 너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80번 버스를 타면 오늘 웃으면서 반겨주셨던 기사님이 생각날 꺼 같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 마음으로 글을 쓴다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것은 본받고 실천해야겠지요. 즐겁게 모드를 다시 재창작해봅니다. 즐거운 모드가 사라지려고 하면 재장착하면 됩니다.
저는 평소와 다르게 마음가는대로 아침 산책을 했고, 버스안에서 친절한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평소와 다른 일을 해보니 하루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글 쓰는 사람답게 오늘의 감정을 이렇게 글로 담아봅니다. 저에게 찾아온 색다른 산책, 하늘 풍경, 사람구경 잘 했습니다. 산책하면서 혜정이에게 톡을 보냈습니다. 등산가자고 말했었는데 같이 아직 가지 못했습니다. 8월 중 일요일에 우린 만나기로 정했습니다. 아끼는 후배 윤진이의 목소리도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평소와 다르게 아침 산책을 시도했는데 저는 글감도 찾고, 책출간과 쓰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피터 드러커 작가는 손에 볼펜을 쥔채로 돌아가셨습니다. 글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미옥이는 음악들으면서 쓸 때 행복합니다. 키보드와 노트는 저의 친구입니다. 외부에 초점이 맞춰진 삶보다 내면이 단단한 미옥이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 글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