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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Aug 02. 2023

마흔이 된 미옥이에게

올해 마흔이 된 미옥이에게.

생일축하한다. 작년 이맘때 너의 생일날 예설이 목에 멍울 발견하고 걱정했던 모습 기억하니. 너도 어지럼증으로 회복이 완전히 안 된 상태에서 다시 출근했을 때였지. 일 년이 지났어. 너의 마음은 어떠니?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면서 살았어. 시간이 허락해서 했던 글쓰기와 독서도 내려놓았었지. 이런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예설이를 살리기 위해서 참 마음도 몸도 애를 많이 썼지. 미옥아 기억하니. 엄마는 서른아홉에 너를 두고 떠났지. 엄마가 된 너는 두 딸을 두고 눈감을 생각을 많이 해봤었지. 형법에서 조 건설처럼 소중한 가족을 너의 기억 속에서 제거하는 일은 정말 힘들이지만 언제 가는 겪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기에 문뜩 한 번씩 상상 속에서 해봤었지. 힘들더라. 고통스럽더라.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더라. 그러면서도 문뜩 그런 상상을 하는 너는 왜 그런 걸까.


나보다 스무 살이나 넘게 나이 차이나시는 어른이 톡을 주셨어. 가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셨다고 하셨어. 나는 마흔이 된 지금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 오늘 아침 헬스장에서도 그 제목으로 유튜브에서 영상 한 두 편을 봤어. 나는 말이야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나에게 적용해 봐. 예를 들면 어제 한근태 작가님의 영상을 몇 편 봤어. 서울대를 졸업하시고, 해외에서 공학박사를 받으시고, GM에서 일하시다가 지금은 책을 소개하는 일, 책을 쓰는 일을 하시는 삶으로 다르게 살고 계신다고 하셨다. 마흔둘부터 다른 삶을 살고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지. 그럼 나는?


레이 달리오가 쓴 <원칙>이라는 책처럼 나도 내 삶의 원칙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어. 어제 한근태 작가님이 '지식견해'라는 용어를 해석해 주셨어. 지와 식은 말로 표현하고 글로 쓸 줄 아는 것이고, 견은 자신만의 견해를 갖는 것, 해는 문제해결능력을 갖는 것이라는 말에 너는 귀를 기울였지. 네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지식견해라는 말과 통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나만의 생각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매일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의 하루잖아. 오늘도 지구대로 출근하면 어제와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흔이 된 나는 나만의 원칙을 하나 정하려고 해. 이제까지 잘 안 된 건데 그래도 노력해 보려고. 될 때까지.


<미옥이의 원칙, 첫 번째> 매 끼니 소식한다.

이 실천이 잘 되면

<미옥이의 원칙, 두 번째> 저녁시간 술 먹지 않는다.

이 실천이 잘 되면

<미옥이의 원칙, 세 번째> 4시 기상 다시 시작한다.


오늘 남편이 차려준 아침밥 너무 고마웠어.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살면서 울고 웃는 날들이 있겠지. 올해부터는 중용이라는 단어와 좀 친숙하게 지내고 싶어 져. 내 마음을 중간에 두는 연습을 조금 더 하려고 해.

내년 오늘이 되었을 때 조금은 훈련이 되었으면 좋겠어.

미옥아 너는 올해 마흔이야. (만 난으로 서른아홉이 다시 되어 너무 싫어하는 너지만) 나이에 맞게 품위를 갖추자.

항상 응원할게. 안녕~


P.S.

예빈아 예설아 생일카드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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