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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02. 2024

인생수업

나는 가족과 지인의 결혼식과 장례식장에 간다. 예설이가 백혈병 치료하는 동안은 남편도 나도 특히 장례식장은 가지 않았다. 남편이 예설이 치료가 끝나면 검정색 양복을 맞추러 가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이 가게 될 지인의 장례식장에 가게 되면 입을 옷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언제 죽을지, 우리 가족과 언제 이별할지 모른다. 내 곁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불쑥 떠날지도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 것 뿐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치유가 100% 되지 않는 것이 있더라. 쪼개진 내 마음은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쪼개진채 살아갈 뿐이다. 나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알게 되면 대화가 잘 되었다. 친하지 않아도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나면 기뻤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나는 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작년 9월에 예설이 치료과정을 담은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떠오른다. 결심한 순간부터 행동으로 옮겼다.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매일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일이다. 그냥 안하고 자고 싶은 날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을 해야 내가 원했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우리 가족과 같은 상황을 겪는 가정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만큼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돕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내가 출간하고 싶었던 책도 출간했다. 저자 특강도 했고, 이번달에는 사인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2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책을 집필할 때도, 출간할 때까지 이은대 작가님과 출판사의 도움을 받았다. 저자 특강을 할 때는 자이언트 작가님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주셨다. 우리 가족을 아는 지인들은 예설이를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셨다. 나는 생각한다. 사인회가 끝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예설이 치료가 종결하면 어떻게 건강을 유연하게 챙길 수 있을지. 나는 왜 항상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사고형 인간인것은 확실하다. 내 머리속에 너무 많은 생각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명상도 하고 글도 쓴다. 생각을 배출하는 행위가 나에게는 중요하다.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리에 남아 있지않도록 의식적으로 내보낸다. 오늘도 아침에 명상과 글쓰기도 인사를 나눈다. 머릿속 생각이을 떠나보내기 위해 준비중이다.

놀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이 세상에 내가 온 이유를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면 몸이 경직됨을 느낀다. 예설이와 노는 것처럼 이 지구별에서 좋은 치구를 사귀고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논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나는 20대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았다. 순간 순간 즐기고 감상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일하고, 놀고,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도 가지면서 말이다. 내 이름의 뜻은 아름다운 구슬옥이다. 내 이름처럼 내 삶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어깨 힘 빼고 조금 편안하게 마흔부터는 살아보고 싶다. 내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내 얼굴로도 분명히 표현된다. 표정에서 말투에서 느낄 수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어쩌면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고운말,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하자. 말투로 사랑스럽게 갑자기 바꿀수는 없겠지만 정답게 하자. 틱틱 거리는 말투와는 이제 이별하자.

오늘 하루 읽고 쓰고 생각한 것을 비워내면서 나답게 살자.

누군가는 오늘을 힘들게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나도 작은 일이라도 돕는 사람이 되자.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친절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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