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월 10일차]

둘 다 틀렸거나 둘 다 맞았거나

by 공감녀


★ 10일차 글감 (1.12 / 월)


[글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요?





둘 다 틀렸거나 둘 다 맞았거나



딱 봐도 아주 쎈 기운이 흘러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선명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허우대는 젊었을 적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형형한 눈빛은 사람을 꿰뚫어 볼 듯해 움찔하게 합니다. 이십몇 년 전 처음 마주쳤을 때는 도사처럼 긴 수염과 긴 머리하고 있어 누구에게나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모든 면이 거부감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에 사람을 알아본다는 자신만만함이 어이없었습니다. 내가 제일 경계하는 부분인데 그는 그것을 자신의 강점이라 여겼고 나는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약점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를 좋게 평가했고 사장님으로 모시고 일을 하게 된 지 이년이 되었습니다. 일 년 반 백수 생활이 한참 무르익었을 때 일해보자는 제안이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내가 진짜 싫어하는 타입이야.’를 우물우물 삼켰습니다.


이 년간 가까운 곳에서 살펴본 그 사람은 내강외유, 겉바속촉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형형한 눈빛 뒤에 환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단호한 결정들 뒤에는 정확한 현실 인식과 빠른 상황파악이 있었습니다. 자신만만한 모습 뒤에는 배려와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우린 둘 다 틀렸거나 둘 다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나라는 사람을 정확히 봤거나 과대평가한 실수를 저질렀을지 모르고, 나는 쉽게 사람을 판단해 그를 ‘싫어하는 타입’ 범주에 넣었지만 그를 알게 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른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고정관념에 잡혀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그분을 다시 만난 계기로 새로운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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