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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저 킴 Apr 10. 2022

시애틀, 벚꽃놀이 맛집

워싱턴 대학으로 오세요.

밴쿠버 시내 곳곳에 아름다운 벚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나날이다.

벌거벗은 몸으로 추운 나날들을 버텨낸 나무들에도 푸른 잎이 돋아나더니만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왔다.


밴쿠버에도 아름다운 벚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지만 올해는 매 해 봐 오던 풍경이 아닌

새로운 벚꽃 풍경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이번 주말에는 시애틀로 벚꽃놀이를 떠나기로 작정했다. 


토요일 아침 7:30분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밴쿠버에서 시애틀 다운타운까지는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물론 중간에 미국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 이유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수는 있지만 요즘은 코로나 방역 통제도 끝났겠다, 얼마 전에 비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한참 수월해졌다. 간단한 몇 가지 형식적 질문에 답하고 국경을 통과해 미국 땅에 들어섰다. 국경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이 부근에서 사실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방금 지나온 캐나다 땅과 다를게 전혀 없다. 단지 도로 표지판에 쓰여있는 속도 단위가 킬로미터에서 마일로 바뀐 정도랄까...




오늘의 목적지는 시애틀 다운타운 북쪽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

보통 UW (University of Washinton)이라 불리며 학교 건물들과 조경이 꽤 아름다워서 매년 이 맘 때면 동네 주민들은 물론 이거니와 많은 관광객들이 꽃놀이하러 많이들 찾는 명소라고 들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장소였지만 최근 2년 동안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올해 드디어 그 출입 제한이 풀려서 올 수 있게 된 곳이라 가는 길이 꽤 설레었다.


가는 길에 Herkimer라는 커피숍에 들려 라테 한잔을 샀는데, 이 근방 학생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커피숍인 모양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가게에 손님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대부분 워싱턴 대학교를 상징하는 보라색 후디나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앉아있어서 마치 학교 학생회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학교에 도착해보니 역시나 오전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벌써부터 주차장이 꽉 들어찬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면 주차 스팟 찾는데 꽤 고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학교 전체가 아름다운 시기이지만 그중에서도 벚꽃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소는  

쿼드 광장 (The Quad)이다.

그 소문난 벚꽃 나무 풍경을 빨리 보고 싶어서 걸음을 재촉해본다.  



"과연 듣던 대로 벚꽃놀이 맛집이로구나!"


캠퍼스 안뜰, 직사각형 잔디밭을 따라 심기워진 벚꽃나무들. 이 광장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 눈을 두던지 황홀한 분홍 빛깔에 흠뻑 젖을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교내 건축물과 더불어 파란 잔디 위로 흩날리는 작고 부드러운 꽃잎들이 마음을 매우 흡족하게 해 준다.


잔디밭에 잠시 앉아 들고 온 커피를 마시며 아름다운 봄날을 내 나름대로 만끽해본다.

밴쿠버와는 또 다른 봄의 모습이다. 함께 온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꽃놀이를 즐기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올해 봄은, 여름은, 가을은, 겨울은 지난해의 그때보다 더 많이 미소 지어 보리라. '


2022년이 시작된 지 세 달이 지나 넉 달이 되어가고 있는데, 햇살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꽃향기에 취한 채로, 넋 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뜬금없이 올해의 포부를 스스로에게 밝히게 된다. 


학교 구석구석, 조용히 걸어 다니며 여기저기 만개한 꽃들을 둘러보니 올해 봄꽃놀이는 이것으로 충분하겠다며 만족스러운 마음이 든다.


시애틀의 벚꽃놀이 맛집.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두어 시간 운전하고 온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사실 한두 시간 정도 더 멍 때리며 머물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져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올 때는 간단한 도시락이라도 챙겨 와 꽃그늘 아래에서 맛있게 먹어도 좋을 듯하다.




한나절 잘 보고 잘 놀고 저녁 식사시간 때쯤에 밴쿠버에 돌아왔다.

항상 들르는 마트에서 저녁 반찬거리를 장보며 파 가격이, 감자 가격이, 참치 캔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을 새삼 느낀다. 왠지 오늘 온몸으로 느끼고 온 분홍 빛깔들이 꿈같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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