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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02. 2018

(1) 경영 전략 컨설턴트 일기: 트레이닝을 받다

 어쏘 트레이닝이 시작 됐다

* '18 3월에 쓰여지고 일부 '18 10월에 수정되었습니다


 " 모두 의아해하던 중 유쾌했던 분이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다들 일이 끝나기 전에는 절. 대. 로. 귀가를 하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란 것이다."


우리집의 new joiner 하쿠, 2월에 가족이 되었다

3/5 은 드디어 처음 bcg에 associate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첫날엔 당연히 아무 일도 안할 것을 알면서도 전날 떨려서 심장이 두근댔다. 물론 설레는 느낌은 아니고 카페인을 들이킨 듯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입을지, 가방엔 무엇을 넣을지, 내가 몇시에 나가야 시간적 여유를 갖고 회사에 도착할지, 버스 배차간격이 어떤지... 모든 것을 고민한 뒤에 잠에 들었다.

트레이닝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알아야하는 전반적인 것들을 모두 알려주었다. 트레이닝 이틀차쯤 되어서 세 가지를 느꼈는데 (이렇게 말하면 컨설턴트 같다고 그랬다..), 첫번째는 최고 효율을 추구하는 그룹답게 굉장히 체계적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Globally one firm이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diversity에 대한 존중이 외국계 회사답게 남다르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트레이닝의 촘촘한 시간표와 컨텐츠를 통해 이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효율을 최대화 하겠다는 회사의 속마음이 느껴졌다. 하루에 8시간씩 쉬지 않고 정보를 머릿속에 우겨넣어야한다. 트레이닝 중 평소에 늘 쓰게 될 법인카드 사용방법이나 그 주 일정에 대한 업데이트부터 insurance, emergency policy 같은 것들에 대해 들었다. BCG만가 제공하는 일을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기능과 서비스 그리고 서포팅 그룹에 에 대해서도 배웠다.

Globally one firm 이라는 건 좀 웃기게도 명함 종이가 외국에서 오는 걸 듣고 느꼈다. 엠보싱만 한국에서 해서 그 종이가 한국에오면 로컬에서 굽는다고 한다. 구워야 엠보싱이 생긴다. 물론 전세계 오피스와 연계된 긴급 상황 프로토콜처럼 팬시한 지원 정책도 있다.

Diversity는 여러번 언급되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은 기본이다. 특히나 차별적 언행, 성적/ 언어적 희롱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를 위한 내부 그룹이 있고 2014년에는 working mom 들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뽑혔다. BCG의 아이덴티티가 소문에 의하면 fun을 추구하는 베인, professionalism을 추구하는 맥킨지에 비해 불확실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파트너님은 fun하든, professional하든 상관없이 개개인을 존중하는 diversity가 바로 bcg의 아이덴티티라 생각한다 하셨다. ….멋있는 말이다.

앞으로 3일간의 트레이닝이 남아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하는 것들은 거의 끝나가고 남은 시간동안에는 실전 대비를 하는 것 같다. 초면이었던 경력직 분들과도 이틀을 내리 보니 자연스레 말을 하게 되었다. 어제는 뿔뿔이 흩어졌는데 오늘은 끝나고 밥을 같이 먹었다. 다들 자기가 어떻게 뽑혔는지 신기해하고 감격하는 분위기였다. 모두 의아해하던 중 유쾌했던 분이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다들 일이 끝나기 전에는 절. 대. 로. 귀가를 하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란 것이다. 이것을 검증하기 위해서 한가지 질문을 하셨었다. “얼마 후 있을 competition 전날에 피피티가 끝나지 않았고 결론도 불투명하다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어도 (ex 오전 5시) 퇴근할 수 있나요” 하고 물었다. 그 옆에 앉아있던 분은 바로 전까지 다같이 못하면 괜찮다면서 오후 9시에는 가자고 분위기를 잡고 있었는데 저 질문을 듣더니 동공이 흔들리셨다. 나머지 사람들도 저 말에는 아무도 부정을 안했다. 

나도 속으로 엄청 놀랐다. 연구 최종 자료를 리포트 해야했던 due date 전주까지 인쇄소에 파일을 넘겨야했는데 그 때 내가 딱 저랬다. 목표한 양만큼 하지 못하면 갈 수 없다고 생각되니 마지막  3일동안에는 합쳐서 5시간 잤다. 2일째 오전 8시부터인가 교수님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출근한거냐고 퇴근을 못한거냐고 물어보셨다. 그리하여 인쇄소에는 기간의 여유-라 해보았자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지만-를 갖고 파일을 넘길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런 밤샘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사람답게 일찍 일찍 자는게 좋다.

나눠준 프린트물을 좀 읽어보고 오는 것이 좋을거라 안내를 받았지만 트레이닝의 감상은 지금 아니면 한참 뒤에나 쓸 수 있을 것 같아 새벽 한시인 지금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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