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님 고맙습니다

by I rene

차가 없는 사람에게 혹은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택배는 큰 혁명이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내 집까지 가져다준다. 도시사람들에게 택배서비스가 어느 날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겠지. 그동안 배달 서비스의 고마움도 모르고 당연한 마음으로 이용할 때가 많았다.

우리 집은 산간 오지는 아니지만 큰 도로에서 꽤 들어온다. 마을에서 택배를 시키는 집이 몇 되지 않는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어김없이 택배를 이용하는 것 같다. 이사 오고 나도 필요한 물품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할머니들이 택배 보내시는 일은 거의 없다. 아마도 “뭐 좀 가져가거라, 집에 한 번 들려라”는 말은 객지에 사는 자녀들 얼굴이 보고 싶다는 것이겠지. 자식들이 집에 들르는 게 택배보다 더 반가울 것이다.


젊은 사람은 무엇이든 핸드폰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고 물건도 주문한다. 그렇지만 시골 어르신들은 그런 일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단절된 시골 마을에서 홀로 또는 부부가 집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 오셨으니 도시의 편리함과는 담을 쌓으신 게 아닐까.


도시에선 제사음식도 택배로 주문하는 집들이 많다고 한다. 시골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이분들이 살아계시는 날 동안은 굽어진 허리를 더디 움직이면서도 당신 손으로 뭐든 하셔야 할테니 말이다. 사서 먹는 반찬이 수없이 많아도 직접 담는 손맛과 정성을 놓을 수가 없어 오늘도 손에 물마를 날이 없으시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엄마 뒤로 아들이 ‘엄마 취미는 인터넷 쇼핑’이라고 한다. 운전을 못하니 무엇이 필요할 때마다 나갈 수가 없는 답답함이 있다. 그래도 이 시골정서와 맞지 않는 도시댁의 씀씀이는 조금 바뀌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꼭 필요할 때 한꺼번에 시키기, 급하지 않으면 참기, 대체품을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기 등 나름 소심한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 골짜기까지 물건 하나 배달하러 애써 오시는 기사님들께 덜 미안하기 위해서이다.

택배가 오는 날은 이 조용한 마을에 손님이 왔다가는 것과 같은 설렘이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늘도 택배 선물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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