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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Mar 14. 2023

아이의 빈자리

아들 기숙사에 들어가다

태어난 지 14년 만에 아들이 집을 떠났다.

이른 독립.  다름 아닌 중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다.

절대 기숙사에 갈 수 없다고 시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새 생각이 달라졌다.

주말에 기숙사 준비물을 사고 캐리어를 챙겼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한 해 동안 열심히 싸웠는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 맘이 짠했다.


시원 섭섭한 맘에 차 타는데 까지 바래다주는데 배웅을 한사코 거부하며 빨리 들어가라고 했다. 내 눈엔 아기 같은데 제법 씩씩하다. 아니 시크했다.


6살 유치원 때 가방 메고 앞서가는 아이를 보며 크는 게 너무 빨라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언제나 혼자 잘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일찍 독립할 줄이야. 너 그동안 크느라 그 씨름을 했구나. 우리 서로 맘 아팠지만 떨어진 동안 조금은 성숙해지겠지. 

 

아들을 보내고 방을 정리하다  생각했다. '이젠 어지르기 대장이 없으니 한동안 깨끗하겠다.'


첫날밤 빈침대 위엔 그동안 모아 둔 인형들이 올망졸망 주인의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 밤 아이는 허전하지는 않았을까. 잠은 잘 잤을까. 빡빡한 학교 생활이 피곤했을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무심한 듯 "담주엔 너 좋아하는 인형도 데려가." 툭하고 문자를 보냈다.


목소리 큰 아이가 없으니 집이 참 조용하다.

개미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밤이다.


오늘 밤도 이불 잘 덮고 잘 자렴.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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