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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ul 03. 2024

골목 잡초 뽑기

ㅡ 시골 사색

우리 골목은 시골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다. 경로당 가시는 할머니들의 발길이 잠시 머무는 길이다.

어느 날 집 앞 복숭아 밭에 커다란 컨테이너가 생겼다. 중고라 페인트가 벗겨져 볼 때마다 맘이 쓰이고, 시야를 가리고 있어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나의 예민함이란...)


페인트를 칠해 버리면 편하지만 남의 물건이라 오지랖이 될 수 있어 차선을 선택했다.

컨테이너 앞 풀이 무성한 자투리 땅을 가꿔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꽃을 심었다.

처음엔 단단히 박힌 풀 뽑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꽃을 옮겨 심은지 두 해째가 되니 제법 근사하다.


이따금 지나다니시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요기가 되면 좋겠다. 꽃을 구경하느라 멈출 때 기분 좋고 보람을 느낀다. 산책 길에 소소한 배경이 되어 주니 만족이다.


며칠 내린 비로 땅이 촉촉해서 잡초가 무성했다. 덕분에 풀이 쏙쏙 잘도 뽑혔다. 풀은 거칠고 무질서하지만 초록초록하니 생명력도 참  강하다. 아침 일찍 일어난 덕분에 1시간 동안 대사(!)를 잘 치렀다. 밭이 제법 훤하다.

잡초를 뽑으면 복잡한 머릿속이 단순해지는 장점이 있다. 생각을 뽑듯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이젠 예쁜 꽃밭을 보면 허투루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의 숨은 노동이 깃들어 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비가 와서 물 주기를 쉴 수 있으니 아주 좋다. 아침 노동하고 와서 꺼리가 생기니, 오랜만에 글도 올리는 부지런을 떨어 본다.

집안 도 이렇게 척척 정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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