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있었던 일이다.
설날 당일 부모님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서,
몇 가지 짐을 들고 먼저 차로 향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는데,
둘째 아이가 2층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2층을 보았다.
"아빠, OO이 토했어!"
"뭐라고? 토를 했다고?"
무슨 일인지 몰라서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아내와 아머니가 첫째 아이가
거실 바닥에 토한 것을 치우고 있었다.
어른들 생각에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체를 한 것이라고 여겼다.
토했으니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먼저 집으로 올라가고,
나는 차를 주차하고 뒤늦게 집으로 갔다.
집에 갔더니,
첫째 아이가 그새 또 토를 했다.
단단히 체를 한 것 같아서 약을 좀 먹이고,
따뜻한 물도 좀 먹이고 했다.
혹시 몰라서 첫째 아이와 아내가 함께 자고,
나는 둘째 아이와 다른 방에서 잤다.
둘째 아이와 침대에 누워,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침대 위 이불에 토를 하였다.
아이들 둘이서 먹은 것도 없이 보리차만 마셔도,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토를 하였다.
이런 상황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가족 모두 잠을 못 자고 그렇게 날이 밝았다.
다행히 휴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이 있어서
다 같이 병원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린 후에 진찰을 받았는데,
장염이라고 하였다.
두 아이 모두,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하여,
1시간 남짓 수액을 맞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이들이 한숨도 못 자고 물도 못 마셔서 그런지,
거실 바닥에서 옷도 못 갈아입고,
그대로 뻗어서 잠이 들었다.
아침 9시경에 집을 나가서 12시 넘어서 들어왔으니,
아이들도 그렇지만, 아내도 나도 많이 피곤하였다.
주말이나 휴일에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아내의 잔소리에 시끄러웠는데,
이날은 너무나 고요하였다.
이 고요함이 나에게는 꽤 낯설었다.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잠든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올해 소망 중에 하나가 가족의 건강이었는데,
음력 새해 첫날부터 소망이 여지없이 빗나가버렸다.
장염도 언제 가는 된통 겪어야 하는 병치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로 아이들이,
건강의 소중함을 잘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