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덤

책더미 앞에서 쓰다

by 시린

책을 보낼 때 모아둔 상자와 비닐을 사용했다. 에어캡이 있는 안전봉투를 사 두었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 한 겹 더 쌌다. 권수가 많을 때는 비닐로 친친 감아 상자에 넣고 다시 테이프로 모서리를 친친 감았다.


그렇게 썼는데도 상자와 책봉투는 잔뜩 남아 있다. ㄱㅂ문고, y•••4, ㅇㄹㄷ 등의 등딱지를 붙이고.


작년쯤에 액자와 책 등을 싸면서 소진했던 기억이 있다. 1년 만에 이만큼 모였다는 얘기인즉슨, 책을 사들이는 속도가 말도 못하게 빠르다는 거다. 봉투가 반쯤 남았으니 팔거나 보내는 책보다 사들이고 쌓아두는 책이 최소 두 배는 된다는 소리.


갓 찍어낸 새 책은 그렇다치고, 창고에서 반품받은 예전 책도 여러 상자. 이젠 책을 찾으려면 어디를 뒤져야 할지도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진짜 문제는 이렇게 쌓여있는 것들로는 부족해 여전히 꾸준히 열정적으로 책을 사들이고 있는 닝겐이다. 몇 달 동안 한두 권도 제대로 못 읽었지만 사는 양은 줄지 않았다. 최소 3년쯤은 읽을만 한 새 책들이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건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꾸준히 책을 들인다. 슬슬 정리부터 할 참인데, 같은 책이 여러 권 나올 가능성 또한 짙다.


나날이 거대해지는 책무덤. 한데 좀 즐겁다. 오늘부터 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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