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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Aug 24. 2022

별것 아니지만 아까운

우편물을 부치다 쓰다

살다 보면 참 별것도 아닌데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다. 굳이 말할 만한 일도 아니고, 글로 쓸 만한 건 더 아닌데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사라지지 않는. 쓰고 싶지 않은 신경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하는. 다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어떤 형태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모으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 하나.


시간순으로 이야기하자. 5년 전이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우편이 왔다. 이제부터 지역건강보험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시에서 시행하는 생활보호대상 복지사업? 취약계층 지원? 뭐 그런 거였다. 너 경제형편이 안 좋은 듯하니 건강보험료는 우리가 대신 내줄게, 하는.


몇천 원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고맙군. 하고는 잊어버렸다. 그리고 몇 달인가 후 해가 바뀌었을 때, 또 건강보험협회의 우편을 받았다. 이번에는 반대 내용이었다. 지원이 끝났으니 보험료를 다시 내라는 거였다.


국가건 기업이건 재정이 좋지 않으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게 복지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란 걸 안다. 그런가 보다, 며 자동이체 신청을 하려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럴 필요 없었다. 계좌가 이미 등록되어 있었던 거다. 더 놀라운 건 계좌에서 돈이 이미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전에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때 이 계좌로 하긴 했는데, 그 개인정보를 고이 보관했다가 보험료 면제가 끝나자마자 부활시켰던 건가?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돈을 빼 간다고? 이것은 복지인가 친절인가 보이스피싱인가.


얘기하자면 길다. 내 문의는 가벼운 항의 정도로 넘어갔고, 아무래도 찜찜했던 나는 그 계좌를 없애고 다른 계좌를 새로 등록했다.

그리곤 또 잊었는데 이삼 년 후 우편이 왔다. 보험료 면제 안내문이었다. 다시 복지사업을 시작했나 보네, 했다. 예산이 아직 괜찮은지 그 후로 이 년쯤 보험료 혜택을 받고 있긴 한데..


분기별로 한두 번쯤, 그러니까 잊어버릴 만하면, 계좌에서 보험료를 빼간다. 그리고 한두 달쯤 후에 우편이 온다. 과납된 보험료의 환급신청을 하라는 거다.


이 일로 건강보험협회에 전화를 정말 많이 했다. 고객센터 전화는 한 번에 연결되는 법이 없다. 수십 통 아니 수백 통을 걸었다. 이제 안 한다. 지쳤다.


협회에 확인을 하고, 개인정보 수정을 하고, 보험료를 돌려받는다.

몇 달 후에 또 돈을 빼간다. 한두 달 후에 환급신청 안내 우편이 온다.

자동이체 해지를 분명히, 여러 번 했고 확인까지 했지만 몇 달 후면 리셋된다.


계좌에서 돈을 맘대로 빼가고, 환급받으려면 신청서를 보내란다. 자필서명해서 보내야 준단다. 회신용 봉투까지 들어 있다. 이것은 배려인가 시험인가 자원낭비인가.


몇천 원을 돌려받기 위해 우편을 부치러 우체국에 간다.

아까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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