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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Aug 29. 2022

오지랖을 부르는 순간

지귀도를 바라보다 쓰다

마실 중에


누군가와 마주치면 살짝 돌아간다. 요즘은 거리두기라는 좋은 핑계도 있다. 동네 삼춘들의 ‘어디서 왔어?’는 괜찮은데, ‘제주 분이세요?’로 시작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여행객들은 사양하고 싶다. 제일 큰 이유는 낯가림. 두 번째는 ‘여기 어디가 좋아요?’ 공격이 두려워서.


나만 아는 비경이나 현지인 숨은 맛집(그런 데가 있으면 저도 알려 주세요. 꾸벅)은 알려줄 수 없지만, 가끔은 먼저 말을 걸고 싶어 조마조마할 때가 있다. 어제 같은 때-


“어머 이 꽃 뭐야? 너무 예쁜데?”

“나팔꽃인가?”

“이런 나팔꽃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아! 접시꽃인가?”

“어?! 맞는 거 같다! 접시처럼 생겼네~!”

“그치그치?”


“어머 이건 또 뭐야?”

“무슨 과일이지? 자둔가?”

“좀 다른 것 같지 않아? 딱딱해 보이는데”

“사관가?”

“그 쬐그만 사과-통째로 먹는 거? 그럴 지도.”

“아! 혹시 석륜가?”

“어?! 맞다 맞다 석륜가 보다.”

“이게 커서 쫙 벌어지는 건가 보네.”

“우와 신기해.”


“저거 마라도야?”

“어?!! 마라도..는 아니지 않아?”

“제주도에 마라도 말고 무슨 섬 있는데?”

“어..우도랑..”

“우도는 아니잖아.”

“그치 우도는 일출봉에서 봤으니까. 그럼 마라도 맞나?”

“근데 마라도는 진짜 맑은 날에만 보일락 말락하는 거 아니었어? 환상의 섬 이어돈가 뭔가.. 그런 얘기 있지 않나?”

“오늘 맑잖아!”

“하긴. 우리가 운이 좋은가 봐 그치?”


결국 아무   했음.  좋다고 기뻐하고 있는데 굳이..



*덧.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_

정답(사진)은 능소화 / 동백열매 / 지귀도 이며, 마라도는 이어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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