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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Sep 23. 2022

발랄라 마실일기

초코바를 먹다 쓰다

마실할 때는 주로 옆동네로 갑니다. 옆동네엔 귀욤명랑 작가님이 한 분 사시는데요. 발랄라한 에너지에 반해서 팔로우하고 있었더랍니다. 음울한 사람은 천성이 음울해서 음울한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요. 명랑쾌활 발랄라한 사람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작가님은 오마니와 같이 사는 일상을 자주 포스팅하는데요. 엊그제 오마니가 만들어준 꽃분홍 몸빼 사진을 올렸어요. 기분이 좋아지는 샤랄라 몸빼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샤랄라해져서 댓글을 남겼죠. 그 집이 아무래도 하 궁금하니 마실하며 찾아봐야겠다고요.


성공선물로 우체통에 쪼꼬바 넣어두겠다는 거 있죠! 믿었고말고요. 그제 마실할 땐 아주 날아다녔죠.


하지만 실패였어요. 쪼꼬바가 들었나 안 들었나 남의 집 우체통을 열어보고 다닐 수도 없고 말이죠. 주왁주왁만 하다 돌아왔어요. 힘들진 않았습니다. 원래 마실할 때 하는 거거든요. 남의 집 대문 우체통 마당 주왁주왁하는 거.


근데요. 단서가 날아왔어요. 사진을 찍어 보내주신 거 있죠. 아무래도 너무 오래 걸려 쪼꼬바가 상할까 봐 걱정이 되셨나 봐요. 덕분에 우체통은 검은색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단서 획득!  


그리하여 어제! 보시는 대로 아시는 대로 가뿐하게 미션 클리어!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핫.


선물을 꺼내는 데 도둑질하는 것마냥 어찌나 콩닥콩닥 부들부들하던지. 범죄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일도 허다하니까요. 누가 봐도 수상한 몰골 아닙니까. 마스크 선글라스 괴한이 남의 집 우체통을 뒤적거리다니. 누가 안 본 게 천만다행이어요.


빈 우체통에 작가님 닮은 핑크포동 귀욤루피와 오마니 드실 양갱이 넣고 누가 볼까 후닥닥 도주했어요.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돌아온다! 한참 걷다 돌아보니 누군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하마터면 들킬 뻔했지 뭐에요. 간발의 차!


매일 똑같은 날. 똑같은 장소. 똑같은 일. 지겹대도 어쩔 수 없죠. 인간은 금세 익숙해지고 익숙하면 지루해지니까요. 그래도 어쩌나요. 그게 삶인 걸. 아주 조금 다른, 아주 작은 즐거움을 찾아보는 수밖에. 둘러보면 얼마든지 있더라고요.  


마실길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신 작가님에게 더 푹 빠졌다는 얘기. 쪼꼬바 얻어먹어서 그런 건 아니구요. 하루 아니라 한동안 행복할 거 같거든요.


명랑쾌활 에너지 나눠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모두 발랄라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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