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린 Oct 17. 2022

매일 산에 오르고 바다에 가고

돌아오는 글을 마중하며 쓰다

현시인이 온라인 매체에 글을 써주었다.

sns에 자랑했다. 별 거 아니지만 너무 별 거라서.


요즘 일이 많아서 집중해서 쓰지 못했다고, 미안함을 담아 연락한 시인은 모를거다. 제목에서 이미 눈물이 터졌다는 걸. 몰라도 알고 있겠지. 우린 매일 보고 있으니까, 눈에 띄지 않는 사물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듯 고요히 옮겨가는 책들의 무덤.


쓰는 건 즐겁지만 외롭다. 외쳐도 외쳐도 돌아오는 메아리가 내 목소리뿐일 때 더 그렇다.  힘들게 산에 올라 야호 한 번 안 하고 풀죽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때뿐이다. 담날이면 또 신나게 산에 오르고 바다에 나간다. 시는 유리병 편지라는 파울 첼란의 말을 십계처럼 꼭 품고 있다.


책을 보낼 때 주문을 적어 넣었다. 글은 틀림없이 돌아온다. 가끔 마중도 나간다. 오고 있니. 어디만큼 왔니. 돌아온 문장이 느리고 남루할수록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고마워.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의 취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