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에서 쓰다
몇십 년만에 대중목욕탕에 갔다. 들어가는 문이 큰외숙모댁 사랑채문과 꼭같은 미닫이문이었다.
옷을 입는데 한 삼춘이 “주인 어디 간?” 큰소리치며 들어온다. 한 발 뒤에 다른 삼춘이 “주인 어수과?” 하며 들어온다. 나는 이제 막 탕에서 나온 참이니 알 리 없고 다른 아즈망도 “예?” 할 뿐 별말 없는데 또다른 삼춘이 방금 닫힌 문을 세 번째로 드르륵 연다. “주인 무사?“
돈을 내야 하는데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 한데 기다리지도 않고 들어와 옷을 훌훌 벗더니 속옷 차림으로 왔다갔다 한다. 손에 천 원짜리를 쥔 속옷바람의 할망들이 번갈아 미닫이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주인 어서?“ ”이제 완?“ ”아직 안 완?” “무시거 여태 안 오멘?” 드르륵 쿵 드르륵 드르륵…
차라리 문을 좀 가벼운 걸로 바꿔 주지, 삼춘들 팔 아프겠다. 다리도.. 저럴 거면 그냥 밖에서 기다리는 게 편했을 듯싶지만 참견은 하지 않는다. 벗은 겉옷을 다시 입으시라 할 수도 없으니.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여탕 현관에는 카운터와 연결된 창이 있다. 신발을 신는데 간유리 너머로 사람 그림자가 움직였다. 드르륵! “삼춘들. 주인 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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