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화장실에서 쓰다
3층까지고 루프탑에 정원에 테라스 좌석까지 있는 카페였다. 전체 좌석수가 웬만한 극장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듯했다.
주문은 1층에서. 빈자리를 찾아 3층까지 온 우리는 메뉴를 추렴했고, 두 명이 내려갔고, 주문이 밀려 최소 30분 기다려야 한다는 말과 진동벨이 없으니 시간 맞춰 대기하다 받아가란 말을 들었고, 가만 서 있기도 뭐해서 두어 번 오르내렸고, 40분만에 커피쟁반을 들고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소싯적 알바근육을 되살려, 온 열량을 팔뚝에 집중시키며 계단을 올랐다. 한 방울의 커피도 잃지 않은 내게 친구들은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3층엔 화장실이 없고 2층에는 딱 한 칸 있었다. 3층 홀을 가로질러 계단을 내려가 2층 홀을 통과해 구석에 숨겨진 문을 찾았다. 줄이라도 서 있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다행히 문 앞은 아무도 없다. 똑똑. 조용하다. 한데 문이 안 열린다. 다시 똑똑, 조용.
일단 후퇴. 아무래도 사람이 있는 모양이니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다시 같은 경로로 내려왔다.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은 없고, 돌아오는 노크도 없고, 문은 잠겨있다. 혹시 여기가 아닌가? 문이 저절로 잠겼을 수도 있을까? 1층으로 내려가야 할까?
직원한테 물어볼까 말까 하고 있는데 다행히 인기척이 나고 곧 사람이 나왔다. 문을 열어보니 알겠다. 깊은 화장실이었던 것. 변기가 저어 멀리 있다.
문에 손이 닫지 않아 두드릴 수 없었던 건가 싶긴 했는데.. 그때 밖에서 똑똑 소리가 났고 휴지가 걸린 벽의 나무 부분을 두드려 답했다.
나와보니 ㅎ이다. 먼저 가 있을게, 하고 자리에 왔는데 잠시 후 돌아온 ㅎ이 그런다. 아후, 밖에서 웬 아줌마가 문을 계속 두드려서 민망해 혼났다, 야. 넌 어떻게 한 거야? 마침 나올 참이었어?
벽 아래가 나무로 되어있었다고 하니 그랬냐며 놀란다. 나도 놀랐다. 멀리 있는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만 생각해서 눈앞의 벽이 보이지 않았구나 싶어서.
전망 좋고 분위기 좋고 인생사진 건질 수 있는 핫한 카페라고.. 다 좋은데 화장실쯤은 편하게 쓸 수 있게 해주면 안될까. 커피 한 잔 마시러 와서 생각하고 신경쓸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