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의 아침
시 한 줄도 못 쓰고
봄타령도 꽃타령도 한 줄 못 하고
여름입니다
아니 가을입니다
해가 가는 겨울입니다
노래 한 줄 못 읊었는데
노을도 없이 저무는 저녁입니다
쌀 짓고 밥 지어
내도 먹고 남도 먹였노라고
먹고 살기 바쁘고 버쳐 죽을 시간도 없었노라고
노래도 눈물도 사치였노라고
농담 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변명 같은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나는 게으릅니다
거짓말도 못 합니다
시 한 줄도 못 쓰고
거짓말도 못 했는데
변명처럼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