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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un 12. 2023

시 한 줄도 못 쓰고

수많은 시의 아침

시 한 줄도 못 쓰고

봄타령도 꽃타령도 한 줄 못 하고

여름입니다

아니 가을입니다

해가 가는 겨울입니다

노래 한 줄 못 읊었는데

노을도 없이 저무는 저녁입니다


쌀 짓고 밥 지어

내도 먹고 남도 먹였노라고

먹고 살기 바쁘고 버쳐 죽을 시간도 없었노라고

노래도 눈물도 사치였노라고

농담 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변명 같은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나는 게으릅니다

거짓말도 못 합니다


시 한 줄도 못 쓰고

거짓말도 못 했는데

변명처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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