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를 보내고 쓰다
어제 오전, 전날 보낸 등기를 수신인의 부재로 배송하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우체국으로 직접 와서 기간 내에 찾아가라는 거였다.
이런 일이 없도록 사람이 늘 있는 사무실로 보냈기에 이상하다 싶어 등기번호로 조회해 보니 더 이상했다. 우편물이 우리 동네 우체국에 있다.
제주우편집중국까지 갔던 우편물을 누군가 실수로 발송지로 보냈고, 집배원 역시 실수로 주소가 거꾸로 적힌 등기를 내 집으로 가지고 왔었던 거다.
통화한 직원은 거듭거듭 죄송하다 했다. 수화기에 머리를 꾸벅꾸벅하는 환상이 보일 지경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어떻게 배상할 거냐는 대사는 쏙 들어갔다. 전날 등기를 접수할 때, 진열된 상자로 택배를 포장해버린 삼춘과 실랑이하던, 아니 어르고 달래던 직원이 있었다. 양, 이 박스가 아니라니까요, 이걸로 다시 하십서, 안됩니다게, 이디다 허면 주소는 어떵 쓸 거꽈, 예게, 저가 죄송하우다, 막무가내인 하르방에게 되려 사과하던 그 목소리였다.
시골 우체국은 좌충우돌 시끌벅적이다. 날마다 별 일이 다 있다. 하지만 거치는 사람마다 죄 착각해서 발송지로 우편물을 보내는 일이 날마다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살면서 내가 보낸 우편물을 내가 받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말도 안 돼! 누군가는 그러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별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게 세상이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