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꿈을 꾸고 쓰다
유령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들이 유령이란 건 간단히 알아차렸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 존과 제니스 같은 낯익은 이들도 있었으니까.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오리너구리와 공룡 등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동물들까지 노아의 방주라도 가는 양 행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는데, 그게 수칙인 듯했다. 늙은 행성의 좁은 차원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 보지 못하거나 그런 척해야 하는 거다. 그러나 나는 저도 모르게 놀란 눈을 하고 옆친구에게 귓속말까지 하고 말았으니, ㅅㅇ을 봤기 때문이었다. 멀쩡히 살아있어야 할 ㅅㅇ이 왜? 생령도 저쪽 세계로 갈 수 있는 거냐고 나는 불안하게 물었고 어느새 코앞까지 들이민 ㅅㅇ의 얼굴이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것이었다. “생령.이라고 생각해?” 달아나는 심장과 영혼을 간신히 붙들었다.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넌 ㅅㅇ가 아니야. 꺼져!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줄도 몰랐던 용기를 모조리 소환했다. ㅅㅇ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보내어서는 안 되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소심한 내가, 친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전혀 무무무섭지 않았다고 ㅅㅇ에게 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놀란 장기들을 진정시키려 아침죽을 끓였다. 이름은 <심해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