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린 Dec 24. 2023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를 뜯으며 쓰다

어제 아침.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고 조용한 때 꺼내 보려고 잘 넣어두었다.

늦은 밤 돌아오니 소포가 두 꾸러미 도착해 있다. 하나는 내가 시킨 물건이 맞는데 하나는 뭐지? 이것 또한 깜짝 선물이어서 정말로 놀라버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옛 시간만 한참 더듬다가 포장을 풀어보지도 않고 보낸이에게 인사조차 보내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눈 뜨자마자 찾았고 눈 비비며 뜯었다. 루돌프가 가져다준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는 역시 내가 받고 싶어하는 게 뭔지 알고 있었고.

난 착한 아이도 울지 않는 아이도 아닌데. 넙죽 받아도 되는 걸까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사이 살살 뜯어냈던 포장지와 끈은 야수들의 공격에 엉망이 됐고.

선물을 싸고 있던 포장지와 리본 따위를 차곡차곡 모아두곤 했었다. 고운 종이로 곱게 싸고 묶었을 손을 생각하면 함부로 찢을 수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모아둔 종이와 끈으로 가득한 서랍이 있다.

다른 서랍엔 새 포장종이와 편지지 카드가 들어 있다. 한참동안 두 서랍은 안에 든 것들이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대로였다. 선물을 싸고 편지 쓰는 걸 좋아했던 나는 어디에서 멍때리고 있는 건지. 언제부터 주지도 받지도 않는 내가 된 건지.

조각난 종이가 애달파 끙끙대다가, 깨끗이 버리기로 한다. 내용물만 고이 받아야지. 얇고 찢어지기 쉬운 종이를 살살 만지고 접었을 마음을 조심히 받아 오래 간직하자고.

이제 편지를 써야겠다.

고마워요.

그대의 크리스마스를 축복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해 겨울 얼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