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금지라는 낙서

마실과 사진과 글쓰기

by 시린

이름을 남기려는 심리는 뭘까.


스무살 때, 보길도 한번 가보는 게 꿈이었다.

차도 없고 면허도 없고 돈도 없어서, 그런 사람이 서울서 부산서 가기엔 너무 멀어서 십 년 걸렸다.


서른 살에 드디어 보길도에 갔다. 배에서 내려 제일 먼저 걸어 걸어 걸어서 송시열의 글이 씐 바위가 있다는 섬 반대편으로 갔다. 8월이었다. 가도 가도 그늘 한 뼘 없었다.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가다가 타 죽거나 말라 죽어도 발견조차 안 될 것 같았다.


죽기 딱 육십 초 전에 도착했다. 드디어, 이 바위를! 이 글씨를! 내 눈으로! 나는 1회용 카메라에, 옥편까지 챙겨 갔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김ㅇㅇ 왔다 감’ 이라는 낙서였다.


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모퉁이에서 할매 한 분이 손수건만 한 양산 아래에 작고 휜 몸을 구부려 넣고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한 봉지를 샀다. 나는 옥수수가 질색이었다. 울면서 옥수수를 씹으며 걸었다.


나는 피부가 얇다. 선크림을 몇 시간마다 발랐는데도 돌아와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화상은 오래 갔다. 그때 진 흉터가 아직 목덜미에 있다.


다시. 바위와 나무, 문화재에 이름을 남기려는 심리는 뭘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그냥 죽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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