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쑥떡, 개떡.

안주로 쑥떡 개떡을 먹다 쓰다

by 시린

안주라 함은 무릇, 술자리에 없는 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비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말한다. 거리라는 말까지 붙이면 더 찰떡. 개떡 같은 안주거리를 쑥떡쑥떡 씹어대는 맛이 술자리의 진정한 의미렸다.


어젯밤은 아니었다. 안주는 정말 안주였고 쑥떡은 숙덕이 아니었으며, 개떡 같지 않은 개떡이었다. 말이 말 같지 않은 말이 하도 많아서 무슨 말 한 마디 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어제 모처에 오랫동안 전시되어 있던 액자를 철수하고 새로 전시할 공간을 답사하고 왔다. 벌여둔 일이 한창인데 해야 할 일이 늘었다. 하, 시간이 언제 이렇게나 된 거냐.


산을 넘고 빙빙 돌아 집에 돌아와 앉으니 누가 문을 두드린다. 조끄뜨레 카페 사장이 10주년 기념 떡을 주었다. 카페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집으로 가져온 것.


벗었던 옷을 다시 주워 입고 후닥 나가 인사를 했다. 축하한다, 그렇게 오래 하다니 대단하다, 앞으로도 잘 됐으면 좋겠다. 영혼 없는 빈말이 아니었다. 이듸 카페만 한 데도 없다. 웬만하면 커피에 맛있다 하지 않고, ‘괜찮다’도 드물게 말하는 내가 주저 않고 추천하는 곳이다. 이런 곳이 이웃 카페라 다행이고, 오래 이웃이고 싶다고 바란다.


안주로 먹던 치즈빵이 바닥나 떡을 꺼냈다.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한 일을 오래 한다는 것, 으로 돌아갔다. 십 년 동안 매일매일, 저 호끌락헌 곳에서 커피를 만들고 커피를 팔고, 인사를 하고 잔을 씻고, 같은 창으로 바깥 풍경을 보고, 비슷한 음악을 듣고 비슷한 얘기를 하고..쑥떡을 자근자근 씹으며 그런 삶을 상상해 보았다. 역시 대단하다. 한 곳에서 사 년 이상 살아본 적 없고 그 이상 일해본 적은 더욱 없는 내게 십 년은 너무 긴 시간 같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나도 커피라면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지만 일로서 만드는 커피는 아무래도 다를 테다. 게다가 모든 일은 결국 인간 관계로 귀결된다. 좋아하는 일을 일 삼았다가 사람 사이에서 다치고 지쳐, 좋아하던 일마저 등돌리고 마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하나,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그저 일만 한다면 더 버티기 힘들 테다. 결국 좋아하는 것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돌고 돌아 마지막엔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내게 그런 것이 있던가? 끝의 끝까지 좋아하는 일.


하루 한 장의 사진과 글. 쓰는 게 재밌어서 쓰는데, 일 삼아 하다 보면 자꾸 딴 마음이 든다. 좀 더 잘 쓰고 싶고, 좀 더 멋지게 찍고 싶다. 내가 봐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늘 ‘괜찮다’. 어제도 괜찮았고 오늘도 괜찮다. 개떡 같이 쓰고 찍는다. 그래도 괜찮다. 개떡도 먹다 보니 꽤 맛있다. 나도 아직 좋아하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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