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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산성이라

by 잎차

사랑은 산성이라

살갖을 녹여 삶을 무르게 만든다


탄산칼슘이 모래를 감싸 진주가 되듯

달팽이는 제 몸을 탄산칼슘으로 감싸

기꺼이 진주로 된 집을 만든다


희게 빛나는 집이

쏟아지는 사랑에게서

저를 지켜주기를

저를 보호해주기를

제가 사랑에 죽지 않게 도와주기를


사랑은 산성이라

진주도 달팽이의 집도 또 많은 조개껍질도

녹아내려 흐트러지게 한다

살을 무르게 만든다.


그토록 단단한 껍질을 만들었는데

네가 나를 죽이지 못하게 지켰는데

벽을 한겹씩 쌓아 올렸는데

그런데


사랑은 산성이라

그 사랑을 품은 심장도

그 사랑을 받은 눈알도

그 사랑을 말하는 혀와 입과 이빨과

그 사랑을 가진 몸뚱이를

한 없이 무르게 녹인다

사람을 무르게 만든다


그럼에도 사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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