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은 산성이라
살갖을 녹여 삶을 무르게 만든다
탄산칼슘이 모래를 감싸 진주가 되듯
달팽이는 제 몸을 탄산칼슘으로 감싸
기꺼이 진주로 된 집을 만든다
희게 빛나는 집이
쏟아지는 사랑에게서
저를 지켜주기를
저를 보호해주기를
제가 사랑에 죽지 않게 도와주기를
사랑은 산성이라
진주도 달팽이의 집도 또 많은 조개껍질도
녹아내려 흐트러지게 한다
살을 무르게 만든다.
그토록 단단한 껍질을 만들었는데
네가 나를 죽이지 못하게 지켰는데
벽을 한겹씩 쌓아 올렸는데
그런데
사랑은 산성이라
그 사랑을 품은 심장도
그 사랑을 받은 눈알도
그 사랑을 말하는 혀와 입과 이빨과
그 사랑을 가진 몸뚱이를
한 없이 무르게 녹인다
사람을 무르게 만든다
그럼에도 사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