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저 이번에 대기업 사내변 지원했는데 연락이 없네요.
스펙도 나쁘지 않은데 왜 서류 광탈일까요?"
후배 변호사들이 종종 묻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사내변호사는 '사칼세육(사내 변호사는 칼퇴 세전 600)'이라며 조롱 섞인 시선을 받던 기피 직군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초동 법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워라밸과 안정적인 급여(1.2~1.8억 원 구간)가 보장되는 사내변호사의 인기는 이제 하늘을 찌릅니다.
경쟁률 50:1은 기본입니다. 당신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모셔갈 것'이라 착각할지 모르지만, 채용 시장의 계산기는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게 돌아갑니다.
금융권 사내변호사 시절, 채용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목격한 '당신의 지원서가 겪게 되는 실제 프로세스'를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많은 지원자가 범하는 첫 번째 오해는 인사팀(HR)을 공략하려 든다는 점입니다. 자소서에 인재상이나 회사 비전을 녹여내는 것은 신입 공채에서나 통하는 전략입니다.
전문직 채용에서 인사팀의 역할은 '우체부'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에 누가 좋은 변호사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인사팀은 접수된 수십, 수백 장의 지원서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법무팀(실무 부서)에 통째로 넘깁니다.
당신의 생사여탈권은 인사팀이 아니라, 앞으로 당신과 옆자리에서 일할 법무팀 팀장과 선임 변호사들이 쥐고 있습니다.
법무팀은 바쁩니다. 수십 명의 자소서를 정독할 시간 따위는 없습니다.
그들은 '합격시킬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떨어뜨릴 사람'을 찾기 위해 소거법을 사용합니다.
실무진의 책상 위에서 벌어지는 서류 검토 과정은 매우 기계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대략 3단계의 필터를 거치며 지원자의 90%는 휴지통으로 직행합니다.
서류를 열자마자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숫자'입니다.
'메뚜기'는 즉시 삭제됩니다: 이전 직장에서의 근속 연수가 평균 2년 미만이라면, 그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서류는 폐기됩니다. 사내변호사는 조직 적응력이 중요한데, 금방 나갈 사람을 뽑아 교육시킬 여유는 없습니다.
몸값이 맞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법무팀이 책정한 예산(Budget)이 있습니다.
당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희망 연봉이 이 범위를 아득히 초과한다면 협상의 여지 없이 탈락입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팩트입니다. 특히 금융권이나 보수적인 대기업일수록 기존 법무팀 구성원의 학벌 카르텔은 공고합니다.
팀의 평균을 떨어뜨리는 지원자는 배제됩니다: 기존 구성원들이 소위 'SKY' 학부나 인서울 대형 로스쿨 출신이라면, 그보다 학벌이 낮은 지원자는 심리적 저항감에 부딪힙니다.
지방 로스쿨의 현실: 안타깝게도 지방 로스쿨 출신이 서류를 통과하려면, 학벌을 압도할 만한 '특수 경력'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성실함만으로는 이 높은 벽을 넘기 어렵습니다.
살아남은 소수의 지원서 중에서 비로소 내용을 읽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승부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닌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서 갈립니다.
송무 일반 경력은 매력이 없습니다: "다양한 민형사 사건을 수행했습니다"라는 문구는 사내변 채용에서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회사는 당장 해당 산업군의 규제를 검토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업종 연관성이 깡패입니다: 학벌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해당 산업군(예: 핀테크, 건설, 제약 등)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3배수 면접 리스트에 올라갈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이 잔인한 필터링 시스템을 뚫고 최종 면접장에 앉기 위해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막연한 열정보다는 차가운 스펙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소 2년은 버티십시오: 지금 있는 곳이 지옥 같더라도, 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 시장에 나오면 당신은 그저 '참을성 없는 지원자'로 분류될 뿐입니다. 경력 세탁을 위해서라도 인내심은 필수적인 스펙입니다.
학벌을 이길 무기를 만드십시오: 학벌이 약점이라면,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 분야(블록체인, 개인정보보호, 중대재해 등)를 파고들어 대체 불가능한 유관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학벌은 낮지만 이 분야 실무는 이 사람이 최고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십시오: 지원하려는 회사의 법무팀 구성을 링크드인 등을 통해 미리 파악하십시오. 그리고 내 이력서가 그들 사이에 섞였을 때 이질감이 없을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채용은 결국 확률 게임이자, 비용 효율성의 문제입니다. 1명을 뽑는 자리에 50명이 몰린다면, 회사는 서류 한 장 한 장에 깃든 당신의 절실함을 읽어줄 시간이 없습니다.
사내변호사 채용은 인사팀이 아닌 실무 법무팀이 주도하며, 효율적인 소거법으로 진행된다.
잦은 이직과 과한 연봉 요구는 서류 광탈의 지름길이며, 학벌과 유관 경력은 여전히 강력한 필터링 기준이다.
이직에 성공하려면 최소 2년의 근속 연수와 해당 산업군에 특화된 킬러 콘텐츠(경력)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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