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흔히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곤 한다.
유년기는 봄처럼 설레고, 청춘은 여름처럼 뜨겁다.
중년은 가을처럼 풍요롭고, 노년은 겨울처럼 고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은 어느 계절쯤에 있을까?
문득 생각해 보면, 나이로 치자면 나는 지금 오색찬란한 가을을 지나고 있다. 겉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취를 맛보았고, 자식들도 제자리를 찾아가며, 삶은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흘러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마음만은 언제나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다.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얼어붙은 대지 속에서 새 생명을 준비하는 바로 그 시기. 겉은 평온해도 속은 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무언가를 시작하며 살아가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늘 내 안에 머문다. 가족과 친구들은 말한다. “넌 왜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살아?”“엄마는 에너자이저야.”“제발 좀 쉬어, 인제 그만해.”
그 말들이 잔소리 같기도 하고 애정 어린 충고 같기도 하지만, 내 귀에는 깊이 박히지 않는다. 나는 그저 쉼 없이 살아가는 법을 선택한 사람일 뿐이다. 대단한 일을 하거나 거창한 성과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루하루, 나를 무언가에 쏟아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주는 공허함과 불안함을 감당할 수 없기에,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며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는 책 속에서 길을 찾으려 했고, 엄마가 된 이후에는 아이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돌이켜보면 집착에 가까운 몰입이었고, 때로는 편집증처럼 느껴질 만큼 과했다. 아이들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고, 어느 순간 그 삶이 내 전부가 되어버렸다. 마치 내일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 사람처럼, 늘 무언가에 나를 던지듯 몰두했다.
그 안에서 온 힘을 다해 달려가고,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뒤에는 텅 빈 마음으로 또 다른 열정을 찾아 헤매는 삶.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끝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린다는 것을.
성취와 고단함, 때로는 쓰디쓴 좌절까지. 그 모든 감정의 파노라마가 내 삶의 일부였고, 바로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했다.
“나는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쫓기듯 살아가는 걸까.”
그 답을 아직 정확히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열정’이라는 이름의 불씨를 안고 살아왔다는 것.
그 불씨가 꺼지면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하나밖에 없는 출구를 향해 달려가듯.
숨이 차오를 때마다 문득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왜 사는가.”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