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먹방 대체 왜 봐?
보면서도 왜 보는지 모르겠다.
그냥 습관처럼 유튜브를 들어가면 잠깐이라도 먹방을 꼭 보게 된다.
어느 포털사이트에서 이런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순위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이유로는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하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다이어트 기간에 대리만족, 다양한 음식을 보는 재미, 또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보면 입맛이 살아난다는 등의 기타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먹방을 보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들도 수두룩 했다.
'내가 먹는 것도 아니고 남이 먹는 게 뭐가 좋다고 봐?'
'저게 대체 무슨 재미지?'
'오히려 다이어트에 방해되지 않아?!!'
흠... 나의 경우 스트레스 해소? 대리만족?
다양한 음식을 보는 재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는 것 같지 않은데 그런데도 그냥 보고 있다.
나를 먹방의 세계로 끌어들인 사람은 바로 먹방계에서 너무나 유명한 유튜버 '입 짧은 햇님'
몇 년 전 우연히 유튜브로 보게 된 '입 짧은 햇님'의 먹방.
입이 짧아서 한 가지 음식을 많이 못 먹는다며 지어진 닉네임이라지만 그런 거 치고 한 가지 메뉴도 너무나 많이, 끊임없이 먹는 모습이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만약 닉네임이 '입이 긴 햇님'이었다면
그런가 보다~했을 텐데 닉네임과 너무나 상반되는 먹방을 하고 있으니... 진짜 그냥 계속 보게 됐다.
과연 그녀의 끝이 어디인지... 호기심에 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앉은자리서 한 끼로 저렇게 다양한 음식이 계속해서 들어간다니... 가히 경이롭다...!
예능, 드라마까지 점령한 먹방
어느 날 엄마는 tv채널을 돌리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즘은 다 그냥 먹는 프로야~ 여기저기 죄다 먹고 있어"
"뭐 설마 다들 먹고 있으려고..."
그런데 정말이었다. 다들 먹고 있었다.
내가 즐겨보던 mbc예능 <전지적 참견시점>, <나 혼자 산다>만 해도 출연하는 방송인들이 혼자 먹든 여럿이 먹든 정말 다들 먹고 있었다.
근데 나는 또 그게 재미있어 그냥 보게 되었다.
종종 연예기사에도 '역대급 시청률 먹방에 터졌다!',
'○○의 먹방에 최고 시청률' 이런 식의 헤드라인이 눈에 띄곤 한다. 예능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연기자의 먹방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23년 어느 드라마에서 임지연의 짜장면 먹방이 그 예로 당시 이 드라마를 안 보던 나도 이 먹방 사진과 영상은 수차례 접하였으니...
저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그날 너도나도 중국집 배달을 시켜 먹었다는데, 그렇다면 먹방은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걸까?!
먹방 콘텐츠가 오히려 식욕을 감소시킨다고?
우리가 먹지 않고 상상할 때와, 실제로 먹을 때 자극받는 뇌의 영역이 동일해서 먹는 상상만으로도
음식 사진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음식 사진을 적게 접하는 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해서 음식에 질리도록 많이 노출되어야
식욕 감소 효과가 있다는데, 이것 또한 개인의 의지와 성향에 따라 달라진단다.
자제력과 의지가 약하고 행동 모방심리가 큰 사람이라면 먹방을 보고 식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러고 보니 나도 먹방을 보고 나면 마치 내가 그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것 마냥 그 음식에 질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먹방을 통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음식, 또는 요즘 한참 인기 있다는 디저트를 봐도 뭐 그렇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식욕이 없는 편도 아닌데...).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처럼 내가 아는 맛이어야 오히려 먹고 싶고, 눈앞에서 아른거린다지만 아예 무슨 맛인지 가늠도 안 가는 음식을 보고 그다지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 같다. 다행히도 나에게 먹방은 식욕을 증진시켜주지 않는다.
그래서 먹방 대체 왜 봐?
지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가 바로 먹방(61%)이라 한다.
(먹방 보는 나의 심리, 그들의 심리가 궁금해서 알아본 결과...)
식욕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1차원적 욕망으로 인간은 음식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먹방의 인기는 사람들의 가장 동물적이고 1차원적인 욕망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각박하고, 쓸쓸하고, 허하고, 피곤하기만 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타인이 먹는 모습을 보며, 또 자신도 함께 먹으며 위안을 얻고 음식으로 마음을 채우려 한다.
대중문화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먹는 장면으로 콘텐츠를 채움으로써 손쉽게 시청률을 올린다.(먹방장면이 나오면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연예기사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아... 나는 동안 음식으로 마음을 채우고 위안을 얻고 있었구나?!!
어쩐지...
먹방 그냥 보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