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 전 회차가 재방 중이던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게 되었다. 무려 19년 전 드라마! 그때 내가 중학생이었으니... 지금은 내가... 삼순이보다도 나이가 많다... 아이고 세월~
이름 : 김삼순 나이 : 30세 직업 : 파티쉐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으며 젊지도 않은 엽기 발랄 노처녀 뚱녀.
(캐릭터 소개에 적혀있는 멘트이다.)
아주 강하게 그것도 여러 번 삼순이 뼈 때리는저 멘트!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젊지도 않고
거기다 엽기 발랄한 노. 처. 녀. 뚱. 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순이는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90년대생 이상이라면 당시 드라마의 인기를 모를 수가 없겠지?!파티시에라는 생소했던 직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물론, 드라마에 관련된 모든 것이 큰사랑을 받았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클래지 콰이-she is>를 포함한 ost 앨범, 드라마 속 돼지인형도 마트와 거리 여기저기에서 판매되고 있었다.극 중 남자주인공이 조카에게 읽어주던 책 '모모'도 너도나도사서 읽기 시작했더랬지!
당시 대학생이던 나의 친언니는 삼순이를 따라 피아노학원을 등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mbc에선 드라마가 끝난 뒤 <삼순이 선발대회>를 개최했었다는.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니 사진이 딱 나왔다.반갑네^^)
이 정도로 당시 대한민국은 삼순이 열풍이었다.
이런 삼순이한테 예쁘지도 젊지도 않은
노처녀 뚱녀라니...?
'삼순이가 원래 이렇게 날씬했나.. 예전엔통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보니 왜 저렇게 날씬해?! 피부도 어쩜 저리 좋아.."
19년 만에 다시 본 삼순이는 내 기억 속 삼순이보다 훨씬이쁘고 날씬했다.
분명 삼순이는...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통통녀, 지극히 평범한 노처녀였는데. 다시 보니 건강미 느껴지는 보기 좋은 체형에 스펙은 또 어떻고!
삼순이는 세계 최고의 제과제빵 학교 '르 꼬르봉 블루'로 유학을 다녀왔고, 유명 레스토랑 사장(현빈)이 스카우트하고싶어하는 실력있는 파티시에라는 사실!
그래, 삼식이가 좋아한 이유가 다 있지 있어~
(극 중 현빈의 이름 '진헌'보다 삼식이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글래머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통통하시네요?"
"저도 핸섬하신 분이라도 들었는데 그 머리스타일 참 뻑이 갑니다~ 뻑이!"
"아니 나이가 몇인데 그런 교양머리 없는 말을 써요?!"
"어머 실수... 죄송해서 어떡해요~ 요 주둥이에 방망이가 달려가지구~"
"어린 나이도 아니고 맞선 보러 나와서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어머~ 제가 또 죄송하네요. 예의를 국 끓여 먹은 지 오래돼서요."
삼순이는 절대 참지 않지! 맞선남의 무례함에 강강약약을 제대로 보여준 삼순이.
내 속이 다 뻥~ 뚫리는군!
당시에는 삼순이의 저런 거침없는 말들이 우스꽝스럽고 여성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지금은 저런 당찬 모습이 삼순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삼순이 멋지다 멋져!
몇 년 전 서른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벌써 삼순이 나이가 되었다니.. 그땐 서른이면 노처녀 소리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삼순이도 그때 어렸어... 근데 또 능력은 있고... 자기 일에 열정 넘치고
휴... 내가 삼순이보다 나은 건... 그냥 이름이 더 이쁘다는 그거 하나뿐... "
장난스레 친구에게 건넨말이었지만 삼순이를 다시 보니
'정말 내가 삼순이보다 나은 건...뭐 이름 하나뿐이네?!!'
당시에는 왜 삼순이의 넘쳐나는 매력, 능력을 몰라봤을까?
눈에 띄는 화려함,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어서?
나의 서른은 삼순이의 서른보다 훨씬 더 잘 나갈 거라고 생각해서?
아니면... 삼순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이름, 외모, 나이 컴플렉스 때문에?
(무슨 이유든 간에... 내가 미안해 삼순아)
그러고 보면 삼식이는
전 여친은 희진, 현여친은 삼순.
여자 보는 눈이 어마어마하네!
서른이 넘어 다시 본 <내 이름은 김삼순>
이제야 삼순이가 말했던 초콜릿상자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 보셨죠? 거기 보면 주인공 엄마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다. 네가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가 무엇을 집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지거든요. 아주 많이요.
"그럼 지금까지 집은 초콜릿은 다 맛있었나요?"
"아뇨~ 좋은 것도 있었고 나쁜 것도 있었고, 뭐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그 상자는 제거고 어차피 제가 다 먹어야 하는 거니까요. 언제 어느 걸 먹느냐 뭐 그 차이뿐이겠죠. 그렇지만 예전과 지금은 다를 거예요, 아마. 어렸을 때는 겁도 없이 아무거나 쑥쑥 다 집어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생각도 많이 하고 주저주저하면서 그러겠죠. 어떤 건 쓴 럼주가 들어있다는 걸 이젠 알거든요. 또 바라는 게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초콜릿상자에 더 이상 쓴 럼주가 든 게 없었으면 좋겠다. 30년 동안 다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