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미 일주일 중 4일이나 버텨낸 체력은 바닥나기 직전이나 퇴근 후의 혼술 계획을 떠올리면 보조 배터리라도 단 마냥 1-2%씩 체력이 회복된다.
주중에는 다음 날 새벽 요가로 전날 저녁 10시면 침대에 누워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주중에 마시는 술은 회복하기까지 꼬박 하루를 다 쓰기 때문에, 그럼에도 술은 포기할 수 없어 타협본 것이 금요일이다. 주말은 새벽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주말 근무가 있더라도 주중보다는 근무 강도가 낮아 충분히 회복기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말 직전인 금요일 저녁이 최적의 혼술 타임으로 선정된 것이다.
퇴근하기 1시간 전부터 배달 어플을 켜고 탐색을 시작한다. 배달 음식도 주 1회만 시켜 먹기로 타협본 터라 기대는 더욱 배가 된다. 월요일부터 배달 어플을 눌렀다 종료했다 반복하며 겨우 금요일까지 참아낸 자신을 칭찬해 주고 거침없이 장바구니에 메뉴를 담고 퇴근을 기다린다. 그리고 7시 땡! 빛의 속도로 칼퇴근을 하며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메뉴를 주문한다. 이제 남은 건 혼술의 메인 술이다. 퇴근길에 집 근처 대형 마트에 들러 바로 주류 코너로 넘어간다. 저 멀리서부터 조명 빛에 반사되어 반짝 빛나는 유리병들을 향해 발걸음이 빨라진다. 제일 두근 거리는 순간이다. 요즘 자주 선택 되는 품목은 한 잔 분량의 소포장된 와인 팩인데, 레드와 화이트 하나씩 골라 집는다. 그중 하나는 식사와 곁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디저트와 같이 곁들인다. 마트에 온 김에 디저트까지 구매하고 나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배달 음식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깥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빠르게 샤워를 하고, 혼술에 맞는 의상을 갖춰 입는다. 의상에는 조임이 없어야 한다. 당연히 노브라에 큰 박스티를 입고 허리 조임이 없는, 무한대로 늘어나는 고무줄 바지를 입고, 앞머리에 큰 집게핀 하나를 꼽아 시야를 확보해 준다. 의상준비 완료. 배달온 음식과 준비한 술까지 세팅하고 유튜브를 튼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며칠 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보관함에 넣어둔 40-50분가량 되는 분량의 영상 몇 가지를 연속 재생한다. 술이 끊기면 안 되듯이 영상도 끊기면 안 된다. 모든 준비 과정을 마치고 혼술 의식을 행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한 잔 먼저 넘긴다. 혀가 찌릿, 명치가 뜨끈해지면서 몸의 긴장이 풀린다. 주중에 내 마음을 콕콕 찌르던 수많은 타인들과 꿈속에서까지 괴롭혔던 악몽 같은 에피소드들이 서서히 지워진다. 한 모금 들이키는 숨에 모든 부정을 가득 채워 날숨에 다 비워낸다. 캬. 이 맛에 돈 벌지.
술자리 약속이 잡히면 설레기도 하지만 숙제가 생긴 듯 부담감도 같이 생긴다. 리스너의 입장인 사람으로서 취기를 온전히 즐기기보다는 올라오는 취기를 즐길 여유도 없이 들어오는 타인의 에피소드들이 오히려 취기를 몰아낸다. 이런 날은 술이 메인이기보다는 주변의 에너지를 둘러보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혼술의 묘미는 타인을 신경 쓸 필요도, 주변 에너지에 눌려 피곤해질 걱정도 없다는 것이다. 부담감 없이 설렘만 가득하며 취기를 누를 필요 없이 마음껏 누린다. 혼술은 온전히 혼자여야 하므로 이 시간만큼은 sns와 멀어지기를 추천한다. sns 속 이웃들의 일상이나 푸념에 감정 이입하는 순간 혼술로 쌓아놓은 방어벽을 그들이 타고 넘어온다. 혼자 있으나 핸드폰 너머에 있는 타인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혼술타임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와의 약속 일정이므로 혼술방해금지모드를 작동시켜 잠시동안이라도 관계에서 벗어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