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죄를 팔지 않았다

by 김작가a

그를 좋아했던 나도, 금단의 열매를 건넸던 걸까” — 그녀의 내면 독백

나는 그를 좋아했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의 말투,

그의 불안,

그의 눈빛 속에 있던

어딘가 부서진 사람의 조각들.

그날,

그의 몸 어딘가가 내게 닿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놀람, 경직, 그리고

그 이후의 침묵.

나는 그를 밀쳐내지 않았다.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그건 동의가 아니었지만,

그건 거절도 아니었다.

그 애매함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한다.

그리고 문득,

나는 하와를 떠올렸다.

그녀는 열매를 건넸고,

아담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함께 에덴에서 추방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를 좋아했던 나도—

그에게 금단의 열매를 건넸던 걸까?

내 시선,

내 침묵,

내 감정이

그를 오해하게 만든 건 아닐까?

나는 피해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를 흔들었던 존재이기도 했다.**

그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도

그 죄의 그림자 안에 있었다는 걸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죄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죄의 가능성을 품은 인간이다.**

그를 용서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를 이해하려는 나 자신을

조금은 용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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