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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May 04. 2021

Plie의 깊이


Plie(플리에)는 꼿꼿한 자세로 두 무릎을 굽히는 발레의 기본 동작이다.     


무릎이 구부러지는 각도에 따라 Demi Plie(드미 플리에)와 Grand Plie(그랑 플리에)로 나뉘게 되는데 발레의 기본 동작인만큼 춤을 출 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레의 Plie는 깊게 내려갈수록, 두 다리가 바닥으로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강할수록 좋은 Plie이다. 깊은 Plie는 점프의 높이를 높여주며 체공시간을 늘려준다. 또 춤의 안전성을 올려주고,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을 부드럽게 해준다. 끊어지지 않는 춤의 흐름을 강조하는 발레에서는 Plie의 깊이가 좋은 춤과 그렇지 못한 춤을 구분 짓는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깊은 Plie. 그저 두 무릎을 밑으로 많이 굽히기만 하는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Plie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춤을 추고 싶은 나는 ‘깊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 ‘이철환’ 작가님의 ‘위로’.

그 책에서는 ‘깊이’와 ‘높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 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     

키 큰 나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땅바닥에 두 그루의 나무를 그렸다. 뿌리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나무였다.

“여기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비교해봐. 두 그루의 나무가 같은 종류의 나무라면 누가 더 키가 클까?”

“왼쪽에 있는 나무. 뿌리 깊은 나무가 키도 더 클 테니까.”

“맞아. 같은 종류의 나무라면 뿌리 깊은 나무가 키도 더 큰 법이지.”

키 큰 나무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자신이 그린 나무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 놓으며 말했다.     

“두 그루의 나무를 다시 자세히 봐. 조금 전에 보았던 그림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우리가 말한 것처럼 뿌리 깊은 나무가 키 큰 나무가 되잖아.”     




‘높이’를 갖기 위해선 ‘깊이’를 가져야 한다.


‘깊이’를 갖는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점프를 위해 깊은 Plie를 하며 준비를 하는 것처럼 가장 빛나는 우리의 순간을 위해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면서 튼튼한 뿌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조급해지지 말자. 우리는 남들에게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대로 묵묵히 ‘깊이’를 다져가면 된다.     


지금까지 수천, 수만 번도 더했을 Plie.

언젠가 찾아올 무대에서 아름답게 춤출 나를 위해,

‘높이’ 올라가기 위해,

춤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도 깊게 Plie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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