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경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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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모래와 밀려오는 물살 사이에서,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은 양 착각할 적이 있다. 여기가 땅이고, 저기가 바다라고.
예의 선은 매번 지워지는 그런 경계이리라. 파도가 몰려와 발등을 덮고 다시 후퇴할 때마다 깨닫는바. 땅과 물을 가르는 저기 저 경계는 그저 한순간 부풀어 올랐다 이내 무너지는 숨결과 같지 않던가.
어릴 적 해변에 가면, 처음엔 물이 한참 멀리 있었으나, 어느새 몰래 밀려 들어와 발밑을 적셨다. 조금 전까지 땅이었던 ‘영토’는, 삽시간에 바다의 일부가 된다. 처음부터 확고한 경계 따윈 없었던 모양이다. 오직 운동하는 물살과 모래 위의 흔적만이 있었으리라.
정신은 늘 이렇게 경계를 꿈꾸는 동시에 그 경계를 폐기한다.
담장, 규칙, 관습, 심지어 ‘나’라는 경계조차 이와 어찌 다를 양인가. 어쩌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이지 않는 해변을 걷는다. 믿었던 땅이 물에 잠기고, 새로운 땅이 어딘가 모습을 드러내는 저기 저 모종의 영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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