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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 Oct 10. 2023

전시 작품 '타자' 리뷰

전시 '심연에 대하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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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심연에 대하여 - 권리아 개인전

작가: 권리아

작품: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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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대하여리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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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오해의 연속이다. 가령 언어를 교환할 적에조차, 우리는 서로 각자의 상황에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은 여느 문장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어느 독자가 받아들인 무슨 의미가 과연 저 화자가 처음 의도한 바로 그 의미로 그토록 면밀하게 맞아들어갈 수 있는지. 기본적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한 이방인이고, 그런 의미에서 서로를 오해할 수밖에 없다. 간혹은 그러한 ‘오해’가 어떤 영감의 씨앗이 되더라도, 그건 실상 그 오해가 그 자신의 ‘심연’을 본의 아니게 반영한 미묘한 ‘우연’의 ‘운명’적인 마주침 덕택 아니던가.


그처럼 우리 서로는 경계 너머의 이방인으로서 각자를 오해할 수밖에 없고, 해당 오해를 완전히 교정하는 건 영영 불가능할 모양인데. 허나 그 성취가 영영 불가하다는 사실이 그 어떤 노력도 필요 없다는 도피로 곧장 이어지진 않는다. 어떤 끝나지 않는 노력, 무수한 시행착오들이 벌써 우리 삶을 저기 저 흔한 오해 위에 어떤 이해를 호소하며 이미 올려두지 않았겠나. 이른바 ‘포기했다’는 자조 섞인 스스로의 독백조차, 화자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청자인 자기 자신까지 전달되는 찰나 간의 어떤 ‘오해’가 ‘이해’를 호소하며 기능하고 있지 않던가. 우리는 그처럼 스스로에게 하는 ‘말’ 또한 자주 오해하곤 한다. 어쩌면 우리 자신이 저자인 자기 자신의 언어조차 우리 자신을 그토록 늘 배신하는 까닭이리라.


그처럼 우리는 우리가 직접 사용하는 언어에조차 이방인이며, 나아가, 우리 심연의 의도를 ‘처음 존재 했던 그대로’ 현실에 곧장 철저하게 반영할 수는 결코 없다는 의미에서 우리 삶에조차 우리는 벌써 이방인인 셈이다. 또, 우리가 제아무리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같은 이상을 꿈꿔왔다고 주장하더라도, 늘 미묘하게 달라지는 우리네 관념 세계는 우리의 물질세계의 신체만큼이나 끊임없이 변모하는 중일 테니.


그렇게 우리는 언젠가부터 이미 스스로 이방인이며, 그처럼 우리가 ‘환대’받기보다 ‘환대’해야 하는 건 우선 자기 자신을 환대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을 양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자기 이상에 들어맞지 않는 스스로를 환대하기 위해, 그와 같은 의외의 현실에 엮여 있는 원치 않았던 바로 그것들만을 골라서 환대하기 위해, 넋 놓고 스스로도 환대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애써 환대해 줄 혹자를 찾아 그저 그리 환대받고자 갈증 속 미련을 영영 떠돌기보다 다만 이질적인 ‘타자’들을 ‘먼저’ 환대하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던가. 설령, 그게 우리 삶의 관성 상 아주 불가하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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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아트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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