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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Sep 01. 2022

"아들 생각나서..." 페라리에 숨은 이야기들

페라리는 1947년 설립된 이래 수많은 명차를 탄생시키며 미래 스포츠카의 방향을 제시해왔다. 자연스레 페라리의 역대 모델들에 얽힌 스토리 또한 많을 것. 에디터가 뽑아본 유구한 사연을 가진 페라리 TOP3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1. 디노 206 GT

1965년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한 디노. 이후 ‘디노 206 GT’라는 명칭으로 양산되면서 페라리 역사에 남을 만한 흔적이 새겨졌다. 바로 디노의 마크인데, 페라리 엠블럼 대신 ‘DINO’라 박혀있다. 페라리 아닌 페라리? 아니면 거의 페라리? 뭐든 좋다. 비록 ‘디노 206 GT’에 페라리 엠블럼이 없어도, 열등한 실린더 수(V6)로 천대받았다 할지라도, 페라리의 피가 흐르는 건 분명하니 말이다.

‘디노(Dino)’는 창립자 엔초 페라리의 첫째 아들인 알프레도-페라리(Alfredo Ferrari)의 애칭이었다. 엔초는 그를 무척 아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디노가 태어나자 레이싱 드라이버도 그만뒀고 그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기계 공학과 경제학을 공부시켰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던 디노는 페라리 레이스 카에 들어갈 엔진(V6) 개발에 참여하던 1956년, 그가 24살 되던 해에 사망한다. 엔초는 아들을 기리기 위해 V6 엔진이 장착될 차량에 ‘디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디노의 탄생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소 슬픈 의견도 있는데, 엔초 페라리가 엔진 소형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어쩔 수 없이 V6 엔진을 개발하긴 했지만 페라리에 어울리지 않는 엔진이라 판단했고, 이에 따라 페라리라는 이름 대신 디노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의견이다. 


2. 페라리 테스타로사

예나 지금이나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라이벌 관계다. 반세기 훌쩍 넘도록 어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브랜드. 잠재적 소비자(?)로서 이들의 경쟁 구도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테스타로사와 쿤타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빨간 머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의 합성어 테스타로사. 1984년부터 92년까지 당시 슈퍼카치고 꽤 많은  7177대를 생산했다. 쿤타치가 1974년 데뷔해 90년까지 16년간 2,000대 남짓 생산된 것과는 대조적인 기록이다.

   

테스타로사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사이드 에어 인테이크 또한 쿤타치를 의식해 의도된 스타일이다. 페라리로부터 디자인 의뢰를 받은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는 수석 디자이너 엠마뉴엘 니코시아에게 “기존 복서 엔진의 페라리를 모티브로 람보르기니 쿤타치보다 더 멋진 디자인을 만들라”라고 주문했다. 이에 고심하던 엠마뉴엘은 빨간색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달리던 어느 여인의 긴 머리카락이 빨간색 스카프와 함께 바람에 날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테스타로사를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3. 페라리 데이토나 SP3

포드 VS 페라리. 영화로도 제작된 적 있을 만큼 유명한 일화다. 1966년 유럽 브랜드의 무시를 한 몸에 받았던 아메리칸 팀, 포드가 24h 르망에서 1,2,3 피니쉬를 차지하며 유럽 브랜드의 자존심을 짓밟은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페라리가 미국의 데이토나 24시 레이스(포드의 나라) 첫 번째 라운드에서 1,2,3위를 차지하며 보란 듯이 설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나란히 결승선의 체크무늬 깃발을 통과한 것으로 유명한 330 P3/4, 330 P4, 그리고 412 P. 


이들은 클로즈드 휠 경기의 황금기로 평가받는 1960년대의 스포츠 프로토타입 정신을 완벽하게 담아낸 차량으로 평가받는다. 페라리 데이토나 SP3는 바로 330 P4에서 영감을 얻어 500대가량 한정으로 제작되었다. 디자인 실루엣과 구조, 엔진 모두 닮아있다. 판매 가격은 200만 유로(한화 약 27억 원).


에디터 한마디

페라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근본을 잊지 않고 계승에 계승을 이어오는 브랜드로서 그 역사가 축적되는 것이다. 필자의 주관을 섞어 TOP3를 꼽은 것이지만 사실 75년 역사가 낳은 수많은 모델 하나하나가 쌓은 유산은 헤아리지 못할 만큼 깊다. 페라리를 거쳐간 고객과 엔지니어 모두 그들만의 유구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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