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키포스트 Dec 14. 2022

과태료 2억인데 100% 안 내도 되는 '이 상황'

군 차량 과태료 논란 이어져
과태료 미납 강제할 수 없어 문제
예외 상황 아닌데도 교통법규 미준수

일상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여러 군용 차량. 우리나라 운전자만큼, 이런 군용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군용 차량이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심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촘촘히 국군이 배치되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근데, 이런 군용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상습적으로 어기고 있고 납부해야 할 과태료도 제대로 납부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겠는가? 오늘은 국군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이로 인한 과태료 상습 미납 사태에 대해 알아본다.


[글]이안 에디터


군의 교통법규 위반 행태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이 지난 8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2017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군용 차량에 부과된 교통 과태료 건수는 총 10,260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 중 40%가 넘는 4,291건(41.8%)은 계속해서 미납 상태인 것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에이 뭐 올해 미납한 거 아냐?’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오산이다.


2018년 1,281건으로 정점을 찍은 가운데, 2019년 827건, 2020년 603건, 2021년 601건으로 차츰 줄어왔으나 2022년은 상반기에만 430건의 과태료 미납건수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조라면 2020,2021년 2개년간 감소했다 미납건수는 다시금 800건을 돌파할 예정이다. 정확히 기억해야 할 것은 과태료가 부과된 전체가 아니라 미납건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상습적인 미납 때문에 경찰 측에서 군으로부터 징수해야 할 미납 과태료는 2억 5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옛말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소도둑 수준이 아니라 코끼리 도둑급인 셈.


특히, 해군의 경우 의도적으로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는 게 확실시될 만큼 높은 미납률을 자랑(?)했다. 지난 2017년 해군이 납부해야 할 과태료 66건 중 고작 6건만 납부해 약 91%의 과태료 고지를 무시했다고 한다.


과태료 부과의 가장 큰 이유는 속도위반과 교차로 통행 규정 위반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군의 이런 태도가 습관처럼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 입장에서는 미납된 과태료를 받아낼 수 있는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를 체납한 자의 차량을 압류 등의 방법으로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지만, 군용 차량의 경우 ‘군’이 보유한 차량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보니 사실상 압류와 같은 조치는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경찰의 이야기에 따르면 매분기마다 미납된 과태료를 납부하라고 요청문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중이지만, 군은 제대로 된 답변은커녕 이른바 읽씹(?)이라 불리는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 중이라고 한다. 군의 이러한 자세가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니, “군용 차량에 과태료 부과해봤자. 어차피 못 받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라고 한다.


상습적인 과태료 미납에 대해 국방부의 답변은 무성의한 수준이다. 현재 미납된 과태료 대부분이 임무 수행 중 부과된 것이므로, 경찰이 군용 차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것. 이에 더해 “국방부 차원에서 미납 과태료를 납부할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과태료 미납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셈.

경찰은 과태료를 면제하기 위해서는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는 자동차’인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소방차나 구급차도 긴급한 용무 중이었음을 입증해야만 과태료를 면제해 줄 수 있다고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긴급한 용도’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상황은 범죄 수사 및 교통단속에 쓰이는 경찰차, 군 내부 질서 유지 혹은 부대의 질서 있는 이동을 유도하는 자동차 등이다.


군용 차량의 경우, 부식 수송과 같이 필연적인 작전 상황이 아니라면 모포와 같이 일상생활을 위한 군용품 수송 업무는 ‘긴급한 용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사실상 무조건 과태료를 면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정보원에서도 경찰에 비협조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보안을 이유로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며, 면제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부처 예산으로 과태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현재 휴전 중이고, 군의 존재는 필연적임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미군 철수를 주장할지언정 군대를 없앤다는 의견에는 다들 반대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일 것. 하지만, 아무리 필수적인 존재라 할지언정 교통 법규 준수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과태료를 내기 싫다면 과태료를 낼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만약 과태료가 부과되었다면 이를 제때 납부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조건 잡는다, 운전자가 잘 몰라도 봐줄 수 없는 상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