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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Jan 16. 2023

“더는 못 참아” 화물차 때문에 죽을뻔한 '이 상황'

한문철TV 캡처

최근 블랙박스 영상 및 사고분석 채널 ‘한문철TV’에서 대형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가 소개되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대형 화물차에서 24톤이나 되는 거대한 철판 코일이 굴러떨어졌고, 옆차로에서 주행중이던 SUV를 덮칠 뻔한 사고였다. 지난 9월 21일 오후 4시경, 경부고속도로에서벌어진 사고이며, 무거운 철판 코일을 묶어두었던 고정끈이 끊어지면서 고속도로 한복판에 떨어진 것이다.

한문철TV 캡처

당시 밑으로 떨어진 코일은 SUV 후미를 강하게 들이받았는데, 다행히 차량을 완전히 깔아뭉개지 않고 차를 옆 차로로 밀어내는 것에 그쳤다. 사실 이런 상황 역시 매우 위험하고 경우에 따라선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사고 차량이 코일에 깔리지 않은 게 천운이다. 참고로 이 코일은 200m 넘게 굴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로를 가로막을 만큼 커다란 코일이 긴 거리를 굴러가며 뒤따라오던 차들과 부딪힐 수도 있었으나, 추가 사고 없이 마무리 된점은 천만 다행이다.


이 소식을 소개한 한문철 변호사는 “만약 고속도로 정체 상황이었다면, 철판 코일이 주변 차량을 전부 다 깔고 지나갈 뻔 했다.”며 강하게 지적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화물차 하나가 근처를 지나던 수 십명의 운전자를 죽일 뻔 했다.”, “코일 받침대 없이 이동했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코일을 세워서 이동하는 화물차를 볼 때마다 불안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너무 무섭다.” 등 화물차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글] 이안 에디터

사실 철판 코일과 관련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온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안 그래도 무거운 코일을 세워서 옮기는 상황에 각종 결박 장치와 받침대를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하지만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편의를 위해 생략한다. 그저 코일 무게가 무거우니 넘어가거나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만 갖고 운전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안전불감증은 낙하물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난 2017년 유사한 사고 사례가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제철소에서 생산된 20여톤에 달하는 철판 코일을 별다른 조치없이 이동하다 사고를 낸 사례다. 당시 화물차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금속 코일 결박을 단단히 하지 않는 이유는 차량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라 언급한 바 있다.


이동 중 코일이 쓰러질 때 결박이 단단히 되어 있으면 2억 넘는 대형 화물차도 같이 넘어가기 마련이다. 차량 수리비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코일 체결을 대충하게 됐다고 한다. 말 그대로 코일 체결을 느슨하게 해놓으면 코일이 넘어가더라도 차에 가해지는 데미지는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화물차 운전자 개인의 사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걸었다는 의미가 된다.

보배드림 캡처

낙하물 사고는 의외로 12대 중과실에 속한다.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 과속, 스쿨존 안전의무 위반, 화물차 고정조치 위반 등 12가지가 12대 중과실에 속한다. 만약 체결 불량에 따른 낙하물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이 법 역시 한계점이 존재한다.


화물의 무게나 특성 등을 고려한 세부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수십 톤에 달하는 코일에 대해서는 단순히 ‘미끄럼, 구름, 기울어짐 방지를 위해 강철 구조물 또는 쐐기 등으로 고정해야 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이런 낙하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 차량을 특정하지 못하면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낙하물 사고 역시 뺑소니로 처리를 한 뒤 정부가 우선 보상 한 후 가해 차량을 찾으면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일부 안전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코일 체결 시 어떤 수준의 체결 끈이나 받침대를 사용해야 하는지 강제하는 법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화물차가 아닌 주변 차량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급차선 변경 후 급정거 혹은 급감속을 해서 화물차가 그대로 부딪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로 변경 후 습관적으로 감속을 하거나 화물차와 시비가 붙어 고의로 속력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일반 승용차라면 마찬가지로 급정거를 하거나 방향을 틀어 사고를 피할 것이다.


하지만 화물차는 그럴 수 없다. 그나마 1톤 트럭이면 멈출 가능성이 있지만, 대형 화물차의 경우 멈추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짐을 가득 실은 차라면 더더욱 그렇다. 수 차례 언론을 통해 소개된 내용으로, 짐을 싣고 가는 대형 화물차가 급제동을 할 경우 적재함의 화물이 앞으로 쏠려 화물차 운전자는 물론이고 앞서가는 차량을 덮쳐 최소 중상을 입을 수 있다.

오래 전부터 화물차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생계가 달렸기에 그동안 쉬쉬 해 왔으나, 더이상 봐줄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화물차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수 많은 운전자와 일행들이 목숨을 잃었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입법부에서 화물차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더불어 불법을 부추기는 업계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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