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상해 이야기 13-145년만의 더위

by 안나

2022년 7월 10일 일요일


일주일째 상해는 부글부글 거리는 솥단지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분명 집안인데 느낌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잔 것 같아요.

공기는 답답하고 더워요.

수돗물을 틀면 찬물인데 온천물처럼 뜨거운 물이 나와요

신기해서 다시 봐도 분명 수도꼭지는 찬물 쪽으로 되어 있는 데도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요.

덕분에 온수 비용 아낄 수 있네요.

매일 낮 기온은 오디션 경쟁만큼 치열하게 순위를 다툽니다

밤에도 다이슨 드라이 3단보다 뜨겁고 강한 바람이 불어서 산책도 못해요.

이 무시 어마한 더위에 핵산 검사받느라고 사람들 줄 서 있어요.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보다 일사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더 많게 생겼어요.

저는 24시간마다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해요.

피자 위의 모짜렐라 치즈처럼 더위가 엉겨 붙는 데 핵산 검사를 갔다 옵니다.

그래 중세 시대 마녀사냥 때 고문보다 아니 아니 중세 시대까지 갈 것도 없지 우리나라 독재 시대에 행해졌던 고문보다는 덜 잔인하잖아 그렇게 중얼중얼 저를 세뇌시킵니다.


북경에서는 핵산 검사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 분 안에 마칠 수 있게 검사소를 운영하겠다고 했어요.

검사소를 늘리든지 검사 인력을 늘리든지 해야겠죠.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누구의 돈일까요.

7월 11일부터 북경에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지침이 나왔어요.

중국 백신이 효과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데요. 자기네들도 백신이 지금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바이러스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야 한다면서 그 효과 없는 백신을 안 맞으면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꽃도 십일은 붉다는 데 이 나라 정책은 10일도 못 가네요.

검사만 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닌데 이 나라가 하는 것은 오로지 핵산 검사하는 것이네요. 한국도 이미 BA5 바이러스가 우세종화 되고 있고 켄타로우스라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145년 만의 더위가 이글거리는 날에 칭푸취青浦区로 차를 마시러 갔어요.

칭푸취는 상해 외곽 쪽이래요.

민항취보다 2배 정도 넓고 녹지 비율이 높아서 살기 좋다고 하네요.

6명이서 7월 17일에 중국을 떠나는 차 선생님 송별회 겸 마지막 차 모임을 했습니다.

차 선생님께서는 상해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홍콩으로 가신다고 하네요.

상해에서 한국까지 1,000Km도 안되어요.

2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상해에서 홍콩까지 4시간 홍콩에서 공항 노숙으로 적게는 몇 시간 길게는 열 시간 넘게 하다가 홍콩에서 한국까지 또 3시간 이상 비행기 타고 가야 해요.

북경에서 한국 가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북경, 상해 모두 한국에서 2시간도 안 걸리는 데 이렇게 제3국을 경유해서 하루 종일 가야 하는 비효율과 고비용을 만들어내는 신기한 나라예요.


홍콩하고 타이완하고 하나의 중국이라고 그렇게 외치면서 홍콩하고 타이완 통해서 중국으로 못 들어와요. 이럴 때는 제3국입니다. 외환 거래에서도 홍콩, 타이완은 국외 거래로 취급합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면서 이럴 때는 딴 나라 취급하는 이중 잣대의 나라


8월까지는 중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 티켓 가격이나 외국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비용이나 모두 역대급입니다.

한국에서 지금 중국으로 들어오려면 누구는 3백만 원 줬다 누구는 5백만 원 줬다고 해요.

방학과 발령철, 7일+3일로 줄어든 격리 기간으로 인한 입출국 수요 중가로 지금 비행기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조금 쉬워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상해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이 한국 돈으로 천만 원 넘는 것은 기본이고 천사백만 원 정도 비즈니스는 3천만 원도 넘어요.

한 가족이 오려면 1억 원 든다는 말이 나와요.

여기에 조금 더 보태면 달나라도 갈 수 있다고

하는 데 이나마도 구하기 힘들어요.

차 선생님께서는 20년이 넘는 중국 생활을 정리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중국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오신다고 했어요.

긴 중국 생활을 마치고 떠나시는 선생님에게 중국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선생님 집 앞에 흐르는 작은 시내 위로 반짝이던 빛 같이

드리워진 나무 가지의 우거진 녹음처럼 푸르른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만 가지고 떠나시길 바랄게요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화무십일홍 다음의 이야기를 안 했네요.

십일 붉은 꽃도 없고 십 년 가는 권력도 없다죠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舞十日红权不十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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