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7일 일요일
인류 역사상 새로운 인류가 생겨났죠
아파트 인류
아파트에서 태어났고 성장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죠.
아파트는 언젠가는 사라지거나 다시 건축됩니다. 시간차는 있겠지만
마당과 골목이 없는 공간에서 자란 아파트 인류에게 고향은 어떤 것일까요
고향을 공간이 아닌 숫자로 기억하는 인류가 생겨났습니다.
아파트 인류에게 고향은 몇 동 몇 호입니다.
제가 성장했던 주택도 역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어쩌다 보니 세워지는 신도시마다 세워지는 신축 아파트를 따라다니면서 생활했습니다.
신도시는 초창기에는 늘 공사판이었죠.
제게 고향은 한국에서 이제는 아파트가 들어선 단독 주택이 있던 곳이 아니라 중국인 것 같아요
2008년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살았던 산동성 곡부曲阜에서 살았습니다.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이고 한국인 10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도 27Km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가끔 나가는 제남济南은 현기증을 느껴지는 대도시였고 청도青岛는 메트로 폴리스였어요.
어쩌다 산동성에서 살았던 분들 만나서
`어머 산동성 어디에서 사셨어요` 하고 물어보곤 해요.
산동성만 해도 한국보다 큰데요.
2011년도부터 2021년까지 북경 왕징에서 살았어요.
왕징 소호 땅 팔 때부터 살았고 다왕징大望京CBD에 포스코 건물 올라가는 것 보고 살았어요
상해에는 북경에서 살았던 분들이 많아요
만나면 낙원 슈퍼 떡볶이 이야기하고 지금은 사라진 아침 시장 이야기하고 평가 시장 문 닫았다는 이야기 하면서 추억을 공유합니다.
얼마 전 모임에서 6명이 참석했는데 그중에서 5명이 북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이었어요.
상해에서 북경 향우회 가능합니다
곡부와 왕징에서 살았던 13년보다 상해에 와서 살은 8개월 동안의 기억 농도가 더 진합니다.
이곳 치바오七宝는 치바오라오지에七宝老街라는 옛 수향 마을이 있어요.
후한 시대에 형성되었고 송나라 초에 발전했고 명,청 시대에 전성기였다고 하네요. 약 1,000년 정도 된 오래된 마을입니다
말 그대로 금계金鸡,옥도끼玉斧,옥피리玉筷,비래불飞来佛 ,툰래종氽来钟,금자연화경金子莲华经,신수神树라는7개의 보물이 있었고 비래불飞来佛,툰래종氽来钟,금자연화경金子莲华经,신수神树 4가지 보물은 칠보사라는 절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던 핫플레이스인데 지금은 저 혼자 그 거리와 공간을 다 쓸 수 있을 만큼 한가하네요.
이 집은 상해 봉쇄 전에는 항상 줄 서 있어서 엄두도 못 내던 맛집인데요
이제는 바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해졌어요.
총요우삥葱油饼이라는 야채 호떡 비슷한 맛인데요. 맛나요.
일요일 저녁이면 발 마사지를 받는 게 일상이에요.
제게 발 마사지를 해주시는 분에게서 얼마 전에 문자가 왔었어요
문을 닫게 되었다고
상해 봉쇄로 장기간 문을 닫았고 그 이후로도 간헐적 봉쇄로 영업을 못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지게 되어서 폐점하기로 했대요.
많이 아쉽네요.
그동안 정이 들었는데요
마사지 집 직원들도 다 알고 심지어 손님들도 저를 알아요.
제가 마사지받고 있으면 자기네들이 한국 여자라고 이야기하고 가끔 한국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제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해요.
마사지를 해주는 사람들은 100% 외지인이에요
중국에는 인도 못지않은 카스트가 있어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드릴게요.
상해가 다른 지역에서 왔고 한 달 정도 학원에서 훈련받고 마사지사가 됩니다
진정한 마사지사로서의 성장은 필드에서 이뤄집니다
마사지 가게에서 마사지를 하면서 선배들에게 배우면서 실력을 키우게 되는 방식입니다.
마사지사는 일한 만큼 급여를 받아요
비율은 실력과 경력에 따라서 다른 데 보통은 50:50 혹은 40:60이에요
마사지 집 사장들은 숙소와 식사를 제공합니다
그 숙소와 식사의 질은 당연히 편차가 크죠
마사지사가 고된 직업이지만 아무 자본 없이 맨몸으로 도시로 와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해요.
문 닫기 전날
마지막으로 마사지받으러 갔어요.
발 마사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쓸쓸했습니다.
저는 또 다른 이별을 했습니다.
치바오의 저녁노을은 이렇게 예쁜데요.
언젠가 저는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죠
저는 이곳을 단테의 지옥과 연옥으로 기억할지
꽃 피는 산골로 기억하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의 살던 고향은 이곳 상해 치바오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