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상해 이야기 15-작은 오렌지의 시련

145년 만의 더위는 하필이면 제가 상해에 와서 맞이한 첫 여름에 찾아왔을까요.

상해에서 평생 살았다는 현지인도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아스팔트 위에서 옥수수가 팝콘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끓어오르는 더위로 저는 아침저녁으로 디디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디디 앱에서 부르는 데 3Km 거리에 평균 15 위안 한국 돈으로 2800원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비가 오거나 피크 타임에는 요금이 2배로 나올 때도 있어요. 디디 덕택으로 저같이 운전 못하고 차 없는 사람도 나름 품위 있게 생활할 수 있어요.

저는 디디가 태어났을 때부터 봤어요.

2012년에 태어난 디디는 청웨이가 아빠이고 텐센트가 엄마예요.

2013년에 청웨이는 텐센트의 투자를 받게 됩니다.

알리바바가 낳은 콰이디다처快的打车하고 아웅다웅하다가 합쳤어요.

그래서 디디는 엄마가 2명이에요. 텐센트하고 알리바바

처음에 시장에 진출할 때 북경 왕징 내에서는 단거리 요금이 3위안이었어요.

텐센트의 위챗 페이로만 지불할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디디 타려고 위챗 페이를 가입하게 했어요.

나중에 콰이디다처와 합병하면서 위챗 페이와 알리 페이를 둘 다 지불 가능해졌어요.

3위안, 5위안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이용으로 사람들을 디디의 바다에 퐁당 빠지게 합니다.

한번 디디 타기 시작하면 디디 가두리 양식장에 갇혀요. 디디의 바다에서 못 나와요.

텐센트하고 알리바바가 낳은 디디는 중국에 진출한 우버를 2016년에 가볍게 날려버립니다.

천하의 우버도 중국 시장에서 손들고 디디에게 지분 넘기고 중국에서 스르르 사라지게 됩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은 승자독식이죠.

2012년에 생긴 회사가 10년도 안되어서 뉴욕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에요.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젤기업 많고 유니콘 기업은 기본이고 데카콘, 헥토콘 기업도 탄생하는 곳이에요.

우리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미우나 고우나 차이나가 가지고 있는 시장의 규모와 파워는 무시할 수는 없답니다.

시장 점유율 거의 100%을 차지하면서 거침없이 성장하던 디디는 2018년 승객이 피살되는 2건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디디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춤하게 됩니다. 이때 류칭刘青이라는 탁월한 경영자가 적절한 대응으로 위기를 넘기고 승객 보호 기능을 강화합니다.

예상 루트에서 벗어나면 전화가 와요. 지금 안전한지 물어봅니다.

디디 네비에서 정한 길로 가지 않으면 혹시 기사가 일부러 길을 돌은 것은 아니지 물어보는 문자가 옵니다.

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전화나 문자가 온답니다.

이렇게 승객 보호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디디는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2021년 6월 뉴욕 증시에 IPO를 합니다. 중국의 데이터를 해외로 넘긴다고 괘씸히 여긴 중국 정부는 디디 앱을 모든 플랫폼에서 삭제해버리고 신규 가입을 막아버립니다.

사람들이 디디 어플 사용 못 할까 봐 휴대폰 못 바꾼다고 할 정도였고 디디 앱을 깔기 위해서 APK 파일을 주고 받고 스마트 스위치과 마이그레이션을 배우게 했습니다.

결국 뉴욕 증시 상장을 철회했지만 더 이상 신규 고객과 기사를 확보할 수 없으면서 시장 점유율 하락과 성장 둔화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 여러 사업자가 나타나지만 누구 하나 똑 부러지게 하지 못하고 도토리 키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기승전 디디일 수밖에 없어요.

7월 21일 중국 정부는 인터넷 안전법, 데이터 안전법,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을 근거로 디디에게 80억 위안 한국 돈으로 1조 5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웬만한 코스닥 상장 법인 시총에 해당하는 금액이에요.

벌금도 대륙의 스케일입니다. 디디 경영자인 류칭과 청웨이에게 개인 벌금 100만 위안 한국 돈으로 2억 원에 가까운 금액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디디의 상징은 오렌지입니다. 이 귀여운 오렌지가 지금 시련을 겪고 있네요.

벌금 부과 이유를 본 제 느낌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네요.

개인 정보 수집도 모자라서 생체 정보까지 다 수집하는 주체가 누구에게 뭐라고 하는 내로남불이네요 .

13억의 모든 데이터를 무비용으로 수집해서 거대한 빅데이터로 AI의 원탑 하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고요.

저 같은 외국인은 좀 빼주세요.

저는 오늘도 내일도 디디타고 출퇴근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