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상해 이야기 16-지정 생존자의 60일

by 안나

2022년 7월 30일

2022년 5월 31일 저는 머리에 꽃 꽂지 않고 75일간의 아파트 봉쇄 생활을 마쳤습니다. 60일이 지났습니다. 6월에는 식당들과 생활체육시설을 열지 않았습니다. 상해에서 다른 도시로 가면 14일의 시설 격리를 요구했어요. 아파트 봉쇄는 해제되었지만 아파트가 아닐 뿐 후 갇혀 있다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7월부터 식당, 생활 체육 및 집합 시설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제한적이지만 단체 운동 GX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는 홈트를 하지 않아도 되네요. GX를 하니 좋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계보다는 더 운동을 하게 되고 같이 하니까 붐업 되는 것도 있어요.

핵산 검사는 민방위 훈련처럼 해요. 오늘부터 3일간 2회의 핵산 검사를 실시한다. 이런 식으로 일방적 통보로 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 핵산 검사과 별도로 출근하려면 대부분 오피스 건물에서 24시간마다 핵산 검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저는 매일 받아요. 핵산 검사 피검체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요


주말마다 아파트 내 핵산 검사가 있어요. 지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허마에서 야채를 시키고 핵산 검사받으러 갈 때 아파트 정문에 가서 받아오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갑자기 현관 문 벨이 딩동

순간 핵산 검사받으라고 누가 또 문 두들기구나 생각하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확 열었더니 허마 배달하시는 분이 제가 주문한 야채를 들고 계시네요.

이제 아파트 안으로 배달이 가능해졌네요. 순간 반갑고 행복했어요. 집 앞까지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불과 5개월 전에는 당연했던 일인데요. 지금은 감사하고 신기합니다.

이제 제게 일상이 돌아왔어요. 아파트 정문에서 집까지 생수 박스 가지고 오기 힘들어서 생수도 못 시켰는데요 이제 박스로 구매할 수 있어요.

저를 옭아매고 있던 끈이 하나씩 풀리는 느낌입니다.

달나라 티켓, 5만 불짜리 온라인 학원, 현지 채용 증가

요즘 중국의 키워드예요. 해외에서 중국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 가격은 달나라 가는 비용보다는 싸요. 비행기 티켓 가격을 누가 보면 달나라 가는 줄 알겠다는 게 요즘 농담이에요. 각 항공사마다 일주일에 한 도시에 비행기를 한편만 운행할 수 있어요. 확진자가 5명 이상 나오면 2주간 운항 정지이고 10명 나오면 4주간 운항 정지예요. 정상적인 가격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가 없어요. 그러니 티켓 가격을 올려야 하고 여행사까지 끼어 들어서 한국에서 중국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 가격이 5백만 원이 되는 거예요.


승무원분들도 해외 갔다 오면 똑같이 격리해야 해요. 이런 격리 비용까지 가격에 전가되는 거죠. 승무원분들도 힘들어요. 비행 갔다 와서 격리, 격리하다가 또 비행, 비행과 격리의 무한 반복이에요. 외국인 기장은 코로나 걸리면 바로 계약 해지이고 중국인 기장들도 코로나 걸리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비행 못해요.

저 아는 분은 한국 못 갔다 온 지 조금 있으면 천일이에요. 이러다가 아라비안 나이트 쓰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지금 상황이면 아라비안 나이트는 확정이고 일리아드 서사시도 쓰겠어요.

업무 상 특성이라도 해도 호텔에서 격리한 시간이 거의 400일째 되어가신다고 하네요. 1년도 넘는 시간을 호텔에서 격리했어요. 올드보이도 아닌데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 때문에요. 매일 핵산 검사하면서요 외국인 기장들은 기회가 되면 다른 나라로 이직하려고 하고 있어요.


중국 국제학교 학비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대요. 평균 5만 불 정도 되어요. 거기에 추가되는 급식비, 스쿨버스비 등을 합치면 6천만 원은 우스워요.

세계에서 제일 비싼 국제학교가 지금은 온라인 학원이에요. 올해 2학기(중국은 9월에 1학기 시작해요)는 학교 간 날이 없어요. 다 온라인으로 수업했어요.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은 결국 부모의 온라인 수업이 되는 거죠. 계속 애들 봐줘야 하고 과제 체크해야 하고 집중도도 떨어지고요. 6천만원 내고 온라인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그나마도 국제학교 교사들 부족으로 앞으로 학교 운영도 어려울 거고 인건비 상승은 고스란히 학비에 전가되겠죠.


현지 채용이 늘었어요. 한국에서 중국으로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은 없고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으니 현지에서 어떻게 채용하려고 해요. 봉쇄 전과 비교해서 현지 채용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어요.


동방의 명주,상해에서 아파트 봉쇄는 시민들이 공평히 나눠 쓰는 공공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순번 돌리기처럼 우리 차례인가 하면서 봉쇄를 받아들입니다. 예전처럼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지 않지만 같은 라인에 사는 전생에서라도 저하고는 옷깃도 안 스쳤을 누군가가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아파트 한 동을 봉쇄하는 일은 지속되고 있어요.


인천공항 몇 개 지을 수 있는 돈을 핵산 검사로 쓰고 있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지속되고 있어요.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은 더불어서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 데 다 가지고 살 수는 없겠죠. 봉쇄 해제 후 60일 그래도 일상은 돌아왔고 우리는 작은 것에도 기쁘고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려고 해요. 우리는 피검체가 아니라 생명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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