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나의 상해 이야기 24- 제가 받은 추석 선물

by 안나

2022년 9월 9일 금요일


어제 아침에 출근하려고 1층 현관에 가니 이렇게 봉쇄했네요. 그때서야 아파트 단체 채팅방을 보니까 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 중 1명이 9월 3일에 확진자가 발생한 호텔에 갔다 왔다고 하네요. 1시에 봉쇄했고 그때 들어온 사람들이 단체방에 올렸는데 저는 자느라고 못 봤네요.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 갔다 온 지 5일이 지났고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보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은데요. 이 분이 9월 3일부터 7일까지 외부에서 활동했던 공간과 접촉했던 사람들은 그냥 두고 주거 공간인 아파트를 봉쇄한 거예요.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확진자가 발생한 호텔을 갔다 왔다는 이유 하나로 5일이 지난 후에 아파트를 봉쇄했어요.

WeChat Image_20220909173837.jpg
WeChat Image_20220909173901.jpg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이 나라가 이성과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면 우리나라 같이 자원 없고 사람 하나로 먹고사는 나라가 어떻게 밥을 먹고살겠어요.

목요일과 금요일 2일 간 봉쇄하고 9월 10일 01시에 봉쇄 해제해준다고 합니다.

정해져 있던 일정과 업무를 추석 후인 9월 13일 이후로 조정하고 봉쇄 생활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삼실에 해야 할 일은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말이에요.


그동안 날이 더워서 베이킹을 안 했어요. 베이킹 재료 꺼내봅니다. 지난봄 상해 전역 봉쇄 때와는 달리 이제 배달이 가능해요. 없는 재료는 온라인에서 시켜서 당일 조달 가능했어요. 간만에 대파 스콘, 더블 치즈 스콘, 녹차 아몬드 쿠키, 초코 아몬드 쿠키 구웠어요.

오늘은 양파 스콘 하고 통밀빵 하나 구웠어요. 냉동실이 다시 빵빵해졌어요.

WeChat Image_20220909173913.jpg
WeChat Image_20220909173919.jpg
WeChat Image_20220909173926.jpg

홈트도 하고 업무도 하고 집안 대청소도 하고 이불 세탁도 하고.. 집 안에서도 만보 걸을 수 있어요.


중국도 한국도 농경 문화권이라서 같은 명절 풍속이 있는데요. 둥근달 보면서 풍요로움에 감사하면서 같이 음식을 나눠먹고 놀이를 즐기는 즐거운 명절에 문화혁명 때 사라진 전족 풍속을 소환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 발을 묶고 있네요.


아파트 단체방에서는 오늘부터 여행 가려고 비행기 티켓이나 호텔 등 예약했던 사람들의 하소연과 짜증이 올라오고 있어요. 자기네들도 지금 방역 정책이 효과 없는 보여주기 방역이라는 것을 알아요.


제가 2022년 2월부터 지금까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지켜보고 경험해봤는데요. 위드 코로나는 못합니다. 확진자 하고 옷깃도 안 스친 사람이 사는 아파트나 근무하는 사무실을 수시로 봉쇄하고 몇 백 명 나왔다고 대도시 봉쇄도 가볍게 하는 이 나라에서는요. 중국은 `적당히`가 없는 나라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로 유명한 승덕, 청더承德시에서는 방역 정책에 협조하지 않거나 위반한 사람에게는 3대에 걸쳐서 군인이나 공무원, 공산당원이 될 수 없다는 법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했어요. 이렇게 코로나에 걸리면 3족을 멸하겠다 식으로 사람들에게 공포감과 두려움을 주었는데요. 이제 와서 코로나에 걸려도 된다고 할 수 없어요. 어린아이들에게 이 장난감을 만져서도 안되고 근처에 가기만 해도 다치고 위험하다고 했다가 이제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하면 애들이 어리둥절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위드 코로나가 가능했던 이유는 국민들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 인프라도 있었고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국민들의 의식이 있었어요. 중국 인민들은 위드 코로나를 할 수준과 준비가 안되어 있어요. 10월 16일 당대회 이후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할 거라는 전망도 있어요. 저는 별 다른 변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제로 코로나라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치료제와 백신이 나올 때까지 지루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질질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현실이에요.


예정대로 9월 10일 01시에 봉쇄 풀어주면 예약했던 호텔로 가려고 캐리어에 여행 짐 다 싸놨어요.

`자다가 봉쇄`.. 이게 제가 상해 시에서 받은 추석 선물이에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나의 상해 이야기 23-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