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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25-사면공사가四面工事歌

by 안나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를 고른 이유는 단 하나 신축이라는 이유였어요. 홍췐루를 비롯한 이 지역 아파트들이 다 오래되었고 낡아가고 있거든요. 홍차오 공항 옆에 새로운 CBD가 있지만 홍췐루에서 멀고 교통도 안 좋아요. 홍췐루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유일한 신축이었던 이 아파트를 선택했어요. 당시에도 주변에 아무 편의 시설도 없었고 사방이 공사판이었어요. 제가 어쩌다 보니 새로 생기는 신도시마다 초창기 때부터 살았기 때문에 공사판 속 아파트가 낯설지 않았고 공사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길과 편의 시설들이 생기면서 점차 신도시의 모습이 완성되는 과정을 봐왔어요. 사방이 공사판이었지만 관대한 마음으로 아파트를 계약했어요.

북경에서 상해로 지난해 추석 때 와서 2박 3일 있으면서 아파트를 봤기 때문에 제대로 볼 시간도 없었어요. 지금 와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단 한 달 정도 단기 숙소를 정하고 천천히 아파트를 고를 것 같아요. 지난해 10월에 상해로 이사하고 주위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보니까 사방 공사판이 쇼핑몰이나 건물이 아닌 사회 인프라 공사였어요. 도시 지하 차도를 만드는 대형 공사이고 공사 예상 종료 기간이 2025년 12월 31일이네요. 제가 중국 떠날 때까지 이 공사는 안 끝날 거네요. 전 떠나는 날까지 공사판 속에서 살아야 해요.

지금 기초 공사를 하기 때문에 파일링 작업에 땅 파는 공사를 해서 소음과 진동이 심해요. 자기장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에요. 집 안에 있어도 웅 하는 진동 소리에 머릿속이 갈리는 느낌이에요. 제가 선택했으니 결과도 제 몫이지만 혹독해요. 밤에라도 공사를 안 했으면 좋겠는데요. 24시간 열심히 뚝딱뚝딱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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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사판을 보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어요. 항상 어딘가에서는 무슨 공사를 하고 있거든요. 집에서 은행까지 걸어서 가는 길 내내 다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중국은 온 나라가 공사판이에요.. 흔히 중국 경제를 시멘트 경제라고 해요. 건설로 중국 경제를 일으켰죠. 지난 20년 동안 건설로 경제가 돌아갔다고 할 수 있어요. 시멘트로 일으킨 중국 경제는 모래집이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래집…건설로 더 이상 경제를 부양하기도 유지하기도 힘들어요. 상해 같은 경우는 두 달이 넘는 봉쇄로 고향으로 돌아간 농민공들이 많아서 인력이 부족해요. 건설 인력도 부족하고 경제 부양도 어려워 끙끙거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엄청난 프로젝트에 놀랬습니다.


https://goo.gl/maps/nZLkxwBRKRgmk3CMA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therwick의 작품으로 기념비적인 건물이 상해에 지어졌어요 2021년 12월에 5년간의 공사를 거쳐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모티브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이에요. 밤에 보면 더 예뻐요. 올봄에 가려다가 상해 봉쇄되어서 못 가고 봉쇄 풀리고 나서는 더워서 못 가고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추석 날에 갔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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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앤안치앤수 天安千树 티앤안은 건설사 이름이고 치앤수는 천 개의 나무라는 뜻이에요.

토마스 헤더윅은 영국 건축가로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릴 정도로 창의적이고 기존 발상을 뒤집는 멋진 디자인으로 유명한데요. 그분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저는 상하이 타워나 진마오 같이 푸동에 즐비한 고층 빌딩보다 이 건물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마치 가우디의 사그리다 파밀리아같이 천재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아름답고 멋진 건물을 보면서 감탄하다가 그 옆에 똑같은 2기가 지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어요. 도대체 이 돈은 다 어디서 나는 것일까요. 이 건물 하나만으로 5년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공사비가 들었을 텐데요. 이렇게 엄청난 건물을 또 옆에 보란 듯 지어 올리는 중국의 시멘트 경제가 놀랍기만 했어요. 이런 랜드마크를 끝도 없이 짓는 이 나라는 신기한 나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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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3개월 남았는 데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 빼면 실제 경제 활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2달 정도 남았어요. 상해를 포함해서 전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와 이동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와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뚝딱뚝딱 아파트 짓고 건물 지어서 손쉽게 성장한 중국 경제는 모래집이에요.


손을 넣어 쌓아 올린 모래집에서 손을 빼면 모래집이 무너질 것이고 손을 계속 넣고 있으면 팔이 아프겠죠.


B.C. 200여년 전 중국 진나라 말기

초나라의 패왕 항우가 해하垓下에서 한나라 병사들에게 포위당했을 때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렸다는데요.

2022년 지금

중국은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일으킨 경제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가속화된 침체와 성장 저하에 둘러 쌓여 있는 이 순간에 공사판 뚝딱뚝딱 소리가 사면초가로 들릴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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