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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28- 디지털 발찌

by 안나

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10월 17일 월요일 밤 9시 반 좀 넘어서 격리 호텔에서 나왔어요. 원래는 비행기 도착 시간인 오후 5시 기준인데요. 누구 맘대로 늘렸는지 모르겠지만 호텔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오밤중에야 풀렸어요. 격리 증명서 받느라고 10월 쌀쌀한 밤에 줄 서고 종이 한 장 받아 들고 호텔 문을 나옵니다. 호텔 문 나올 때도 수위가 격리 증명서 확인해요. 철통 방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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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데 아파트 입구에서는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도 않네요. 3일 자가 관찰한다고 했을 때 죽어도 안된다고 하더니 아니 이거 뭐지. 아무도 제가 들고 나는 것을 체크도 안 하는 데요. 왜 저를 집에 못 오게 했을까요. 3일 치 호텔비 물어달라고 하고 싶네요. 9월 23일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서 10월 17일 밤 11시에 24일 만에 상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바닥에 먼지가 밟히네요.


중국에서는 지붕이 있는 모든 곳을 출입하려면 장소마 场所码 큐알코드를 스캔해야 합니다. 같은 장소를 하루에 7번 8번을 드나들어도 들어갈 때마다 스캔을 해야 해요. 중국에서는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각 지역마다 시스템과 명칭도 달라요. 영어로는 헬스코드 Health code라고 해요. 상해는 수이선마随身吗, 북경은 지앤캉바오健康宝 ,지앙쑤성江苏省은 수캉마苏康码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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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은총 충만 가득한 나라에서 왜 이건 하나로 못 만들고 지방마다 다른 지 알 수 없어요. 이 헬스코드가 디지털 발찌예요. 어디를 가든 지 헬스코드로 그 장소에 있는 큐알코드를 스캔 후 들어갈 수 있어요. 스캔하면 24시간 이내 핵산 검사가 음성, 혹은 48시간 이내, 72시간 이내 핵산 검사가 음성 메시지가 자동으로 나와요. 72시간 이상 핵산 검사를 안 받았으면 음성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요.

헬스 코드가 녹색으로 떠야 입장할 수 있는 데 그 지역 요구에 따른 핵산 검사를 안 받으면 노란색으로 떠요. 상해 같은 경우 외지에서 왔을 경우 3일 동안 3번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하고 북경은 3일 이내에 2번 받아야 하는 데 24시간 간격을 두고 받아야 해요.


헬스 코드가 녹색이 아니면 아무 곳도 들어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어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에요. 헬스 코드가 빨간색으로 뜨면 주홍글씨보다 가혹한 상황이 됩니다. 집에 갇히거나 집단 격리 시설로 끌려갈 수 있어요. 보통은 아파트나 사무실에 봉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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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주 시설 격리를 하고 있는 동안 홍첸루 한인 타운에 있는 아이친하이爱琴海라는 쇼핑몰에 확진자가 다녀갔어요. 쇼핑몰 봉쇄는 기본이고 그 옆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을 1주일 이상 봉쇄했어요. 그 지역을 스치기만 했어도 헬스코드가 빨간색(홍마)로 변해서 집에 있어야 했어요. 아이친하이에 사는 분들은 문에 센서가 붙여지는 봉변을 당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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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역이나 특정인의 헬스코드를 조작해버리면 그 지역에 있는 사람이나 특정인의 발을 묶을 수 되어요. 허난성에서 저축 은행 시위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의 헬스 코드를 빨간색으로 바꿔버리는 일도 있었어요. 굳이 구속영장 발부하지 않아도 특정인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어요.

우리들은 생활을 하면서 나의 헬스코드가 혹시 밀접 접촉자, 차밀접 접촉자, 차차밀접 접촉자가 되어서 빨간 색으로 바뀌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살아야 해요.


17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내내 20대 당대회 보도 보느라고 바빴어요. 우리나라 지도자에게도 없는 관심을 이 분에게는 왜 이리 많이 쏟아야 하는지..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는데요.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게 없었어요. 3연임하셨고 리커창 총리는 은퇴했고 상해 봉쇄의 주역 리창 상해 당 서기가 총리로 결정되었어요. 시자쥔习家军의 화려한 부상이네요.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난다고 했는데요.
한쪽 날개로 무게가 쏠린 중국 정치가 제대로 날 지
팝콘 먹으면서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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