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밤-재외국민의

by 안나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지인:한국에서 150명 넘게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

저:왜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요.(건물이 붕괴했나, 땅이라도 꺼졌나 )

지인:이태원에서 핼러윈에 참가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골목에서 넘어졌대

저:아니 넘어졌는데 어떻게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을 할 수 있어요

지인:경사진 골목에 사람들이 겹쳐서 쓰러졌다네(경사진 골목이면 넘어질 수 있겠네 )

저:그럼 주변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들 도와줬을 거고 신고도 했을 거잖아요

지인:쓰러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주변도 혼잡했고 음악 소리 때문에 제대로 안 들렸대

저: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질서 의식이 높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과 119가 잘되어 있는데 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 있으면 한국 뉴스는 보통 휴대폰을 통해서 봐요. 한국 TV가 실시간으로 나오는 집도 있지만 별도 비용이 들고 저는 앉아서 TV 보는 편이 아니라서요. 이런 큰일이 벌어지면 상황을 한국에서만큼 빨리 파악을 못해요. 일요일 아침도 한참 지나서야 유튜브, 카페, 포털 뉴스 등을 보면서야 어떤 사고가 났는지 차츰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안부를 챙겼습니다. 사고와 연관된 제 주변 사람들은 없었지만 하나도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어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무사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멍했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희생자의 수는 더 늘어나고 있었고 현장은 남았고 원인 규명과 상황에 대한 정리가 되기 시작하는 것을 봤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겠고 여러 분석을 통해서 이태원의 지리적 특성도 알게 되었어요. 저도 서울 살았지만 이태원은 한번 식사하러 간 적 밖에 없어서 그쪽 거리 특성과 흐름을 몰랐어요. 어제부터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신고 전화와 통화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이미 시민들이 여러 번 사고가 날 것 같다, 압사할 것 같다, 와서 통제해달라는 전화 신고가 있었다고 하네요.


모든 것을 다 덮고 계산 안 한다고 쳐요. 주최 측 없었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그렇게 몰렸다고 해요. 그랬어도 사고 발생 전에 신고 전화가 있었는데요. 여기 불꽃 스파이크 튀고 있어요 하고 신고했더니 불 안 났으니까 날 때까지 그냥 계세요 했던 것하고 뭐가 달라요. 불꽃이 튀면 불이 날 거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 아니었나요. 결국 불꽃은 화염이 되었고 그 화염에 우리는 소중하고 귀한 생명들을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다시 생각하기 싫지만 세월호 사고 때도 해외에서 지켜봤습니다. 당시 바다에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 해군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날 밤 자면서 제발 아틀라스 같은 거인이 나타나서 그 배를 들어 올려서 안에 있는 생명들을 구해 주길 바라면서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잠에서 깨어 일어났는데 거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세월호는 모두의 가슴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조문이라도 가고 싶지만 여기서는 마음으로만 애도해야 해요. 아침에는 여전히 시간 없어서 허겁지겁 출근하고 낮에는 일개미로 꼬물꼬물 다니고 저녁에는 학교 끝나고 학원가는 학생처럼 배낭 메고 터덜터덜 피트니스 가서 운동해요. 중국 전역에 봉쇄 폭탄은 불꽃처럼 터지고 있고 그 불꽃이 언제 제게 튈지 모르지만요. 운동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상해의 밤 하늘은 맑고 깨끗해서 구름도 보이고 달도 보여요. 조용한 밤거리를 걸으면 다시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요.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모두가 슬프고 아픈 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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