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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32-아무것도 사지 않은 날

双十一

by 안나

오늘은 11월 11일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하는 솽스이双十一예요.


솔로를 뜻하는 1이 4개가 겹친 날이죠. 광군제光棍节라고 불러요. 2009년도에 타오바오에서 처음으로 솔로를 위한 위로 차원에서 생필품과 솔로들에게 필요한 가전제품을 저렴하게 팔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점점 판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북경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던 2011년도만 해도 11월 11일에 할인하는 제품 있으면 사면 아니면 말까 하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는데 온라인 플랫폼과 중국 경제 성장, 세계적 경제 호황과 맞물려 점점 광군제는 껑충껑충 성장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항조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매년 11월 11일 00시 01초 땡 하는 순간에 매출 몇 조 올리는지가 세계적인 관심사였고 생중계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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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나라 1년 GDP 정도는 11월 11일 하루에 찍는 것은 일도 아니었어요.

전 중국인이 11월 11일에 타오바오만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온라인 결제가 폭증하면서 트래픽이 생겨서 2중, 3중 결제되기도 했고 그 차액 정산하는 데 한 달도 넘게 걸리기도 했어요. 11월 11일에 주문한 물건 받으려면 목이 길어져야 했고 택배 포장 쓰레기도 중국 전역이 몸살을 앓았어요. 중국판 블랙 프라이 데이로 대성공을 거둔 광군제에 자극받은 징동은 징동 창립일인 6월 18일에 행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쇼핑과 상관없는 호텔, 여행사, 항공사, 음식점에서도 11월 11일에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11월 11일에 미리 선불로 숙박권, 여행 상품권, 항공권, 식사권을 판매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마케팅 데이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어요. 원래 솔로를 위한 날이었기 때문에 혼밥 세트도 출시한 레스토랑도 있어요. 근데 세트 메뉴 가격이 1,688 위안(330,000원가량), 그래도 전 세트 팔았다고 하니 다양한 얼굴의 중국이에요.


중국사람들이 쇼핑을 많이 하는 시기는 한국하고 비슷해요.

춘절(한국 구정)에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귀경 선물 많이 사고요. 6월 1일 어린이날, 5월 두 번째 일요일인 어머니날, 6월 세 번째 일요일 아버지 날, 음력 8월 15일 중추절, 9월 10일인 스승의 날이에요. 이런 전통적인 명절 말고 기업체에서 쇼핑하라고 부추기는 날은 2월 14일 칭런지에 情人节(밸런타인데이), 3월 8일 푸뉘지에 妇女节 (여성의 날), 음력 7월 7일 七夕节 칠월칠석, 万圣节핼러윈데이, 圣诞节크리스마스 이런 현대식 기념일에도 마케팅 열기가 뜨겁습니다. 타오바오나 징동 앱을 열면 항상 뭔가 이벤트가 있고 할인하는 척을 해서 이제는 한때 11월 11일 00시에 전 중국사람들을 깨워 앱을 클릭하게 했던 뜨거운 바람은 식었어요.


2019년 11월 우한에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카더라에서 시작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휩쓸면서 빅뱅처럼 기존 패러다임과 세계 질서를 흔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성장통처럼 코로나와 힘들고 아픈 전면전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아직 WHO는 코로나를 위험한 질병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고 여기저기서 코로나 감염자가 생기고 있지만 이제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중국 전역에서 3일에서 10일간의 지역, 아파트 봉쇄를 서로 던지고 주고받아요. 2018년부터 시작된 중국 빅 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와 2019년도에 시작된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와 소비력, 생산력 감소의 무게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요.


오늘 광군절 서프라이즈 선물도 아닌데 해외 입국 시 격리 기간을 기존 시설 격리 7일+ 자가 관찰 3일에서 시설 격리 5일+ 자가 관찰 3일로 2일 줄인다고 발표했어요. 이제 격리기간은 8일이고 입국 전 받아야 하는 코로나 검사는 1회입니다. 코로나 방역 정책 완화하고 달팽이 하고 누가 더 느리게 가냐 내기해도 되겠어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데 중국은 3년째 코로나 간병을 하네요. 그 끈질김과 강인함에 박수를 보내면서 중국에서 와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사지 않은 11월11일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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