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2019년 11월 중국이네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어요.
전에 왔던 것 같기도 한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만나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불청객은 현관문을 열고 순식간에 거실까지 들어와 버렸어요. 거실까지 차지한 불청객이 나가야 하는데 안 나가야 하네요. 불청객은 집에 있는 모든 공간에 슬금슬금 자리를 차지했어요.
드는 자리는 표 안나도 나는 자리는 표가 안 난다는 데 이 손님을 들어오는 모든 공간에 표시를 남기네요.
중국이네 집에만 있었으면 좋았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중국이네 집에 확실히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다른 라인의 집까지 스멀스멀 스며들어갔어요.
좀비보다는 느린 속도로 바로 옆 집이었던 한국이네 집에 가서 온통 휘젓어 놓고는 미국이네하고 이따리네도 가서 거실까지 온통 어질러놨어요. 거의 모든 집들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맞이했고 집의 공간을 내주고 손님이 냉장고 열어서 쟁여 놓은 음식들 먹어 치우고 화장실 엉망으로 쓰고 분리수거도 안 하면서 쓰레기를 현관 입구에 쌓아놓는 꼴을 봐야 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정신없이 손님이 주인 행세하는 주객전도에 휘말리던 집주인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손님 길들이기와 달래기에 나섰어요. 제발 이 불청객이 집에서 나가주면 좋겠는데 애는 나갈 생각이 없어요. 어르고 달래고 여비도 줘봤는데 안 나가네요. 집안이 엉망이니 무슨 일이 제대로 되겠어요. 결국 우리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같이 살기로 했어요.
그 대신 거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고 쓸 수 있는 물건도 주기로 했어요.
따로 살고 싶지만 죽어도 안 나가도 집에 찰싹 들러붙어 있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더 이상 우리 집안을 어지르거나 쿵쾅거려서 층간 소음 분쟁 일으키지 말고 분리수거는 고사하고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라도 나눠서 버려 주기 바라면서요.
손님도 알아요. 적정선을 지키지 않고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려고 하면 아예 집을 팔아버리거나 헐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요. 이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웬만한 집에서는 그냥 가구 취급해요. 집에 있는 소용없는 물건인데 버리지도 못하고 유지, 보수비만 드는 가구..
3년 동안 우리들은 이렇게 불청객과 싸우고 화나고 물건 집어던지고 소리 지르고 싸우다가 이제는 서로가 적정한 타협의 선을 찾아서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기로 했는데요.
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중국이네는 아직도 국빈 대접하고 있어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위해서 안방도 내어주고 전용 욕실도 내어주고 이 손님을 위해서 집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하고 있어요. 손님 깰까 봐 발 뒤꿈치도 살금살금 들고 다녀야 해요. 층간 소음 분쟁보다 손님의 신경질이 더 무섭네요.
원래 살던 사람들이 주인인데 손님이 안방 차지하고 드러누워서 이래라저래라 손가락 까딱 까닥, 발목 건들건들 흔들면서 사람들은 쥐고 흔들어요. 그 무례하고 불쾌한 손님의 갑질에 저같이 중국이네 알파룸(어떤 아파트에서는 다용도 룸이라고 해요. 방이라고 하긴 좀 작은 공간)에서 더부살이하는 외국인들도 같이 흔들려요.
어렸을 때 언니가 종로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지붕 파란 집`이 옆에 있어서 `대머리 아저씨 부부`가 해외 순방 갔다 오거나 외국에서 국빈이 오시면 수업 시간에도 길거리에 나가서 태극기 흔들어야 했어요. 수업 안 한다고 좋아하던 철없는 학생들도 있었고 공부 시간 뺏긴다고 민감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왜 학생들이 행사에 강제로 동원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던 때였어요.
저는 지금 `지붕 파란 집` 근처에 있는 학교 다니는 학생도 아닌데요. 중국이네가 하는 국빈 행사에 강제로 끌려 다니고 있어요. 다른 집들은 가구 취급하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요.
중국이네에 `초대하고 싶지 않은 손님`들도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지난주 토요일 상해 우루무치 길에서 그 동네에 사는 신장 분들이 모여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게 안방 내주고 왜 우리는 아파트 현관 밖에 세워놓고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하냐고 `하얀 종이` 들고 이야기했어요. 중국이가 화나서 그 길 표지를 떼어버렸어요. 표지를 뗀다고 길이 없어지나요
중국이네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하고 `초대하고 싶은 손님`까지 온통 바글바글 풀하우스네요.. 원래 중국이네가 집이 좀 커서 사람들이 많은데 손님들까지 북적이니 저같이 소심한 더부살이는 정신이 없네요. 제정신 줄 잘 잡고 중국이네가 손님 어떻게 모시는 지 잘 봐야겠어요.. 3년째 손님 치르고 있으니 피곤하네요.
1967년 미국에서 개봉되었고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 각본상, 음악상을 받았던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인종을 초월한 사랑의 결혼식으로 유쾌하게 끝났는데요.
중국이네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언제 어떻게 집에서 나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