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희망도서관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상해는 봉쇄 아닌 새로운 봉쇄를 시작했어요. 뉴 노멀 봉쇄라고 해야 할까요. 상해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5일 동안 아무 데도 못 가요. 헬스 코드随身吗에 5일 미만이라고 뜨거든요. 집하고 자기 회사 사무실만 갈 수 있어요. 자기 집에라도 갈 수 있게 해 준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지..
사무실이 공공장소(공공기관, 은행 등등) 이면 출근도 못해요. 집 현관문을 잠그지 않아도 잠근 것과 동일해요. 음식점, 상점, 마트, 시장, 미용실, 헬스장과 공공장소를 못 가면 어디를 갈까요. 열심히 길만 걸어 다니면 되겠네요. 어젯밤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2022년 11월 24일 00시부터 시행했어요. 23일에 출장 갔다가 복귀한 사람들도 적용 대상이에요. 항상 저희는 왜 중국사람들의 창의력에 감탄해야 하는지.
봉쇄 아닌 봉쇄에 마음도 발걸음도 얼어붙으면서 위축이 되네요.
흔히 할 일 없으면 책이나 읽으라고 하는 데 해외 살면 책 읽기 쉽지 않아요. 일단 책을 구하기도 구입하는 비용 모두가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기승전 입시가 절대 선이었고 공부 말고 다른 활동을 하면 안 되었던 메말랐던 시기에도 방학이 되면 태백산맥, 토지, 아리랑 등 대하소설과 문학전집을 읽어내던 열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디론가 휘발했어요.
대학생 때는 전공 책 읽기도 바빴고 사회인이 되면서는 업무 관련 책 읽기도 바빴어요. 은행은 시험 보는 것도 만큼 이수해야 하는 과정도 많아서 주말에도 공부해야 할 때도 있었어요. 핑계 없는 무덤은 늘 있었으니까요.
2011년도부터 북경에 살기 시작하면서 한국 책 읽기는 점점 힘들어져 가면서 자연스레 책과 멀어졌어요.
중국에는 태어나서 걸음마부터 중국에서 시작하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있어요. 유치원 때 혹은 초등 저학년 때서부터 중국에서 살게 되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 친구들에게는 한국 책이 필요해요. 모국어 실력만큼 외국어가 가능하니까요. 아직 모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책 읽기와 글 쓰기는 필요해요.
북경 왕징에는 《작은 도서관》, 상해 홍췐루에는《 희망 도서관》이 있어요.
교민들과 일부 기업의 후원 그리고 봉사로 유지되어요. 책을 관리하고 빌려주고 정리해주시는 모든 분들은 다 자원봉사하시는 교민분들이세요. 그분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북경과 상해에 사는 교민들은 한국 책을 한국처럼은 아니어도 접할 수 있어요.
이제 전자책도 있고 오디오 책도 있고 앞으로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네모를 그리면 스크린이 생기고 그 안에 텍스트가 뜨는 시대가 오겠지만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눈으로 읽는 종이책은 영원히 우리에게 필요해요.
해외 산다, 바쁘다, 시간 없다 등등 책 안 읽는 핑계는 백 만개도 댈 수 있는 제가 일주일에 한 권씩 책 읽기를 시작했어요. 저보다 더 바쁘시고 할 일도 많으신 분이 시내에서 사시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서 홍췐루로 일부러 시간 내서 오시는 것을 보면서요.
남들은 차 타고 시간 내서 여기 홍췐루에 와야 하는데 저는 점심시간에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왜 책을 안 읽고 있는지 반성했어요. 상해 희망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1권을 빌리고 그다음 주에 반납을 해야 하는 스스로의 규정을 만들었어요. 사람이 자율적이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잖아요.
기간 안 정해놓고 책 읽겠다는 것은 시험 안 봐도 공부하겠다는 것하고 똑같아요. 제가 스스로 1주일에 1권씩 읽겠다는 규정을 만드니까 책을 반납해야 하는 월요일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책을 읽어야 했고 시험 보기 전날 밤 벼락치기하는 학생처럼 일요일 밤에는 몰아서라도 책을 읽고 있어요.
원래 월요일에 책을 반납해야 하는 데 이번 주는 제가 날짜를 착각해서 화요일에 갔어요. 평소처럼 한 권 반납하고 한 권을 대여하려니 하루 늦어서 페널티가 있대요. 그동안 늦게 반납한 적이 없어서 제가 도서관 운영 방침을 몰랐던 거예요. 연체한 일수만큼 책 대여를 못하거나 연체료를 내야 한다고 하네요.
안 그래도 책 빌려 읽으면서 늘 송구한 마음이었는데 기쁜 마음으로 연체료를 냈어요. 고의든 아니든 날짜를 착각한 것은 제 잘못이니까요. 희망 도서관에 조금 더 후원을 헤야겠다고 계획 중이에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연체료를 내고 제가 빌린 책은 이 책이었습니다.
이 책 제게만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지금 용산에 있는 그분에게도 필요할까요.